유럽 배터리 자립의 열쇠 ‘리튬 정제’… 크로아티아, 전략적 요충지로

2026.04.18 00:00:34

고스피치에 연간 1만 2500톤 규모 정제 시설 추진
리예카 항구 활용한 물류 최적화

 

[더구루=김수현 기자]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가운데, 원석 채굴보다 더 심각한 ‘정제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핵심 국가로 크로아티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 경제 전문 매체 포슬로브니 드네브니크에 따르면 크로아티아는 리카 지역의 중심지 고스피치에서 ‘예드로 리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약 1만25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배터리급 고순도 리튬으로, 유럽 내 전기차 제조사들이 가장 갈망하는 핵심 소재다.

 

크로아티아 리튬 정제 전문기업 예드로 리튬의 드라젠 니콜리치 책임자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 리튬 산업의 진정한 병목 현상은 채굴이 아니라 정제 공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스피치 정제 시설은 유럽이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자립을 이루는 데 있어 결정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유럽 공급망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전략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 배터리 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은 리튬 원석의 매장량 자체보다 ‘가공 단계의 대외 의존도’에 있다. 유럽은 정제된 리튬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EU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2030년까지 역내 소비량의 40% 이상을 자체 정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광산 개발이 환경 논란으로 차질을 빚어 왔다.

 

이에 크로아티아는 직접적인 채굴보다 ‘물류와 가공’에 집중해 리스크를 줄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아드리아해의 요충지인 리예카 항구로 들어온 리튬 원석을 인근 고스피치 공장에서 정제한 뒤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등 인근 국가의 배터리 기가팩토리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과 풍력, 태양광 등 크로아티아가 보유한 재생 에너지 인프라도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정제 공정에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는 탄소 배출 규제가 엄격한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정제 과정에서의 화학 부산물 처리와 수자원 보호는 환경적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로 꼽힌다.

 

포슬로브니 드네브니크는 현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크로아티아가 단순한 관광 국가를 넘어 유럽 에너지 안보의 핵심 게이트웨이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번 정제 시설 프로젝트가 안착할 경우 유럽 배터리 가치사슬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현 기자 su26@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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