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창녕·대구)=김예지 기자] "대동은 이제 농기계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농업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솔루션'을 파는 회사입니다."
지난 28일 경남 창녕 대동 비전캠퍼스 브리핑룸. '2026 대동 테크데이' 현장에서 감병우 대동 개발부문장(전무)이 던진 이 한마디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선 사업 전환의 신호탄으로 읽혔다. 사용자를 모으는 인터넷 시대를 지나 학습을 통한 자동화율이 관건인 '인공지능(AI) 경제' 시대, 대동은 농기계 제조사를 넘어 AI가 농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필드 로봇 기업'으로의 진화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감 전무는 특히 대동의 데이터 경쟁력을 강조하며 '테슬라'를 예로 들었다. 그는 "테슬라가 전 세계에 깔린 차량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주행 모델을 고도화하듯, 대동도 전국에 뿌려진 테스트 기기들을 통해 농업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동은 누적 510만 장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관행 농법 대비 수확량은 최대 15% 늘리고, 비료 투입량은 약 8% 절감하는 정밀 농업 솔루션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 '한국형 논둑' 완벽 인식…사람 나타나자 주행 멈추며 안전성 입증
야외 시연장에는 6대의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 루프'를 탑재한 자율주행 트랙터가 웅장한 엔진음을 내뿜으며 대기 중이었다. 국내 최초 4단계 무인 자율작업 기술이 적용된 이 기체는 박화범 대동 AI로봇기술개발팀 팀장이 스마트폰으로 '대동 커넥트' 앱을 구동하자 트랙터는 즉각 반응했다.
작업 시작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운전석이 비어 있는 트랙터가 스스로 전진을 시작했다. 압권은 '경계 인식'이었다. 대동의 비전 AI 트랙터는 측면 190도 광각 카메라 등 총 6개의 렌즈를 통해 좁고 복합적인 한국형 논둑을 정확히 파악하며 경로를 수정했다. 특히 주행 중 경로 상에 사람이 나타나자 트랙터가 이를 즉각 인지하고 부드럽게 멈춰 서는 모습은 현장에서 요구되는 안전성을 충분히 갖췄음을 증명했다.
◇ 분당 1톤 폭우부터 30도 경사까지…시험동서 확인한 '피지컬 AI'의 맷집
화려한 소프트웨어 뒤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치밀한 품질 검증이 있었다. 실외 시연을 마친 취재진은 먼저 박종수 대동 기능·개발 평가팀 팀장의 안내로 방수 시험장을 찾았다. 집채만 한 살수기가 분당 1톤의 물을 쏟아내는 인공 폭우를 만들어내자, 트랙터는 IP66 등급의 위용을 자랑하며 미동 없이 자리를 지켰다.
발길을 옮긴 환경시험실에서는 김재옥 대동 차량시험팀 팀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영하 18도의 혹한부터 영상 40도의 폭염을 재현하는 거대한 창고에서 대동 측은 규격에 맞게 물을 뿌려 트랙터를 꽁꽁 얼리는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김 팀장은 "이렇게 얼린 뒤 다음 날 히팅(Heating)을 통해 성에가 녹는지 확인하며 극한 상황에서의 시스템 정상 작동 여부를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향실의 미세 진동 분석과 전도각 시험장의 30도 경사 테스트까지 이어지며 '피지컬 AI'가 갖춰야 할 생존 능력을 입증했다.
◇ "장갑 끼면 터치 불편해 음성이 정답"…과수원 누비는 농업용 GPT
29일 대구 대동모빌리티 S-Factory로 자리를 옮기자 대동의 미래를 책임질 4종의 로봇(운반·방제·운송·예초)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연자로 나선 구재완 대동 미래기술실 과장이 운반로봇을 향해 "과수원으로 가줘!"라고 외치자, 이동한다는 답변 후 지체 없이 경로를 인식해 과수원 방향으로 이동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였다. 대동은 챗GPT(ChatGPT)를 접목한 ‘AI 에이전트’를 통해 농민과의 양방향 소통을 구현했다. 탁양호 대동로보틱스 R프로덕트본부장은 "농민들은 작업 중 흙 묻은 장갑을 끼고 있어 스마트폰 터치에 큰 불편함을 느낀다"며 "결국 현장에서는 음성 명령이 가장 편하고 확실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대동의 AI 에이전트는 농가의 지능형 비서 역할도 겸한다. 정부 보조금 신청 알림이나 병충해 예방 시점 가이드 등 농민들이 놓치기 쉬운 정보까지 챙겨준다.
◇ "농사 짓는 기술을 구독한다"…2028년 '라아스(LaaS)' 보급 원년
대동은 기술력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도 예고했다. 핵심은 로봇 구독 서비스 '서비스형 로봇(LaaS·Robot as a Service)'이다. 탁 본부장은 "기존 방제 작업은 농약 노출 위험이 크고 장비 가격이 높아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초기 구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사용량 기반의 구독 모델을 발굴 중"이라고 밝혔다.
대동은 올해 계열사 투입을 시작으로 내년 실증 거점 확대를 거쳐 오는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구독형 농사 로봇'을 보급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노동 집약적인 전통 농업을 기술 중심의 고수익 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다.
농업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난제 앞에 대동이 내놓은 해답은 명확했다. 하드웨어의 신뢰성과 소프트웨어의 유연함을 결합한 대동의 필드 로봇은 이제 논밭을 넘어 반도체 공장, 조선소, 휴양림 등 산업 현장 전반으로 이미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