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베트남에서 이른바 '베트남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베트남 증시의 강세가 이어지자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매수자금을 빌리는 신용융자 잔고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한국계 증권사의 규모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23일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SSC)와 현재 매체 TTVN 등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베트남 증권사의 전체 신용융자 잔고는 66조동(약 3조234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 잔고액 기준 상위 10위권에 한국계 증권사가 세 곳이나 포함됐다.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의 신용융자 잔고는 3분기 말 현재 9조6700억동(약 474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다. 현지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두 번째로 많은 베트남 호찌민시티증권(6조2200억동·305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KIS베트남)과 KB증권 베트남법인(KBSV)이 각각 4위와 9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한화투자증권 베트남법인 파인트리증권은 2500억동(약 12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9%나 급증했다.
호찌민시티증권(42%), VPS증권(57%), 비엣캐피탈증권(49%), 비엣드래곤증권(31%) 등 현지 증권사의 신용융자 잔고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VN지수는 3분기 동안 10% 상승했다.
실제 코로나19를 계기로 베트남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베트남 증권기록센터(VSD)에 따르면 올해 1~7월 신규 증권계좌 수는 19만3000개로 지난해 전체 신규 계좌 수(18만9000개)를 넘어섰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4개월 연속 3만개 이상씩 늘었다. 7월에도 2만7169개의 계좌가 개설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은 6월 말 기준 자본 5조4560억동(약 2670억원)로 베트남 증권사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은 자본금 2조5960억동(약 1270억원)으로 7위, KB증권 베트남법인은 1조6750억동(약 820억원)으로 9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크다"면서 "최근 개인의 투자도 늘고 있어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