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팔도와 삼양식품이 러시아인 입맛을 꽉 잡았다. 뛰어난 맛,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 등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러시아에서 확산 중인 한류 열풍에 힘입어 앞으로도 팔도 도시락,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등을 중심으로 K라면 현지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러시아 시장조사기관 프라다지(Prodazi)에 따르면 팔도 도시락은 지난 5월 기준 러시아 라면 시장점유율 33.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팔도 도시락에 이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시장점유율 0.7%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K라면은 '맛있게 맵다', '다양한 맛이 있다' 등의 인식이 러시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하면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순위 상위권에 포함된 비(非) 러시아 기업은 팔도와 삼양식품 밖에 없다. 러시아 업체 롤튼(Rollton·22.1%)이 2위, 빅본(Big Bon·11.2%)이 3위, 빅런치(Big Lunch·5.6%)가 4위, 아나콤(Anakom·1.1%)이 5위에 각각 올랐다.
특히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 '국민 라면'으로 불릴 정도로 현지 시장에서 공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소비자들의 입맛을 겨냥해 8가지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선보인 것이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마요네즈, 스메따나(사워크림의 일종) 등 유제품을 곁들여 먹는 러시아인의 식습관을 반영해 비닐 포장형 마요네즈를 동봉한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본보 2024년 2월 22일 참고 알렉산더 露 상원의원도 반했다…'팔도 도시락' 홍보대사 자처>
삼양식품도 러시아에서 다양한 불닭볶음면 제품을 판매하며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을 비롯해 △까르보불닭볶음면 △크림까르보불닭볶음면 △네가지치즈불닭볶음면 △짜장불닭볶음면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러시아에서 K라면 인기는 뜨겁다. 실제로 글로벌 수출입 통계기관 GTA(Global Trade Atlas) 조사 결과 지난해 러시아의 라면 수입액은 약 7037만3000달러(약 940억원)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7000만달러선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K라면 수입 규모는 1481만9000달러(약 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했다.
코트라 러시아연방 모스크바무역관은 "현지 생산 설비를 갖춘 러시아 국민라면 도시락의 영향력까지 고려한다면 러시아 시장 내에서 한국산 라면이 갖는 인지도는 최상위권으로 볼 수 있다"면서 "라면은 한류에 민감한 젊은 소비층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며,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확산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소비문화로 인해 러시아 내 한국산 라면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