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세계 2위 금 채굴기업인 배릭골드가 말리 광산에 대한 운영 중단을 경고하고 나섰다. 말리의 세 번째 군부 정권 집권 후 사업 운영을 두고 마찰이 이어지면서 강경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배릭골드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금 선적이 계속 차단되고 새로운 채굴 규정에 대한 말리 정부와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광산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선적이 계속 중단되면 사업 운영도 이어갈 수 없다”며 “이는 말리의 중요한 경제 동력과 생존 가능성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금 생산국인 말리는 지난 2021년 10년 만에 세 번째 쿠데타가 발생한 후 군사 통치를 받고 있다. 군부는 광산업 구조조정과 새로운 채굴법 시행, 운영 감사 실시를 우선순위로 삼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특히 세금 분쟁과 새로운 계약 조건을 놓고 배릭골드 같은 외국 기업에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배릭골드는 지난해에만 약 70만 온스의 금을 생산한 룰로-군코토 광산 단지의 이익 분배를 놓고 말리 군부와 수 개월 동안 분쟁을 벌이고 있다. 룰로-군코토 광산 단지는 세계 최대 금광 중 하나로 베릭골드가 지분 80%를, 말리 정부가 나머지를 소유하고 있다.
룰로-군코토 광산은 배릭골드 연간 금 생산량의 약 14%, 지난해 총수익의 약 1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말리 군부는 최근 국가 재정을 늘리기 위해 자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광산 기업을 잇따라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원 개인에 대한 신체 구속도 벌어지고 있다. 말리 법원은 이달 초 마크 브리스토우 배릭골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지난 9월에는 말리 군부가 약 5억 달러(약 7000억원)의 미납 세금 납부를 요구하며 베릭골드의 현지 고위 직원 4명을 구금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호주 광산업체 레졸루트마이닝의 영국인 CEO와 다른 직원 2명을 세금 분쟁으로 구금했다가 1억6000만 달러(약 2271억원)를 받기로 한 뒤 풀어줬다.
말리 뿐만 아니라 최근 3년간 쿠데타로 군부가 들어선 인접국에서도 외국 광산 기업들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지난 10월 일부 외국 기업의 채굴 허가를 철회하고 자체적으로 더 많은 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니제르는 지난 4일 프랑스 국영 원전기업 오라노(ORANO)의 소마이르 우라늄 광산을 장악했다고 발표했으며, 6월에는 자국 내 최대 우라늄 광산인 북부 이무라렌 광산에 대한 오라노의 운영 면허를 취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