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미국 육군 공병대(US Army Corps of Engineers)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600개 이상의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육군 공병대가 긴급 허가 처리 대상으로 지정된 600여 개의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 목록을 최근 웹사이트에서 공개했다.
대부분 화석 연료 기반 프로젝트로 △캐나다 에너지 인프라 기업 엔브리지(Enbridge)의 5호선 송유관 △미국 에너지 기업 셰니어 에너지(Cheniere Energy)와 벤처 글로벌(Venture Global)이 제안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여러 천연가스 발전소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육군 공병대에 습지 매립과 수로 준설·건설 인허가를 신속히 발급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육군 공병대는 공식 공문 없이 해당 목록을 공개했다. 더그 가먼 육군 공병대 대변인은 "행정명령과 관련된 허가 신청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비상 권한을 활용해 인프라 개발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으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토지 점유 권한(명도권)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환경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연방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며, 신속 허가가 환경 보호 기준을 무시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데이비드 북바인더' 환경 무결성 프로젝트(EIP) 법률 담당 이사는 "정상적인 환경 검토 절차를 생략하는 것은 미국 수역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육군 공병대의 자체 긴급 허가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팀 케인, 마틴 하인리히 등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를 무효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내주 상원 본회의에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기업들은 신속한 허가 절차를 환영하고 있다. 캐나다의 파이프라인 및 에너지 회사인 '엔브리지'의 지나 서덜랜드 대변인은 "송유관은 중요한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이며, 이번 조치로 5년간 지연된 허가 절차가 빠르게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국 아이다호에서 안티몬·금광 개발을 추진 중인 퍼페투아 리소스(Perpetua Resources)의 존 체리 최고경영자(CEO)는 "책임 있는 핵심 광물 개발 프로젝트의 신속한 검토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명령에서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정의에서 제외됐으나, 이번 긴급 허가 처리 목록에는 50개 이상의 태양광 에너지 프로젝트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