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탄소거래소(IDX Carbon)를 공식 개장했다. 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의 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도네시아 탄소거래소가 지난달 20일부터 탄소 크레딧 판매를 국제적으로 확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열대우림을 보유한 국가로, 이를 활용해 탄소 배출권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열대우림을 보존하며 탄소 크레딧을 생성하는 '프리미엄 탄소 크레딧' 시장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는 탄소 크레딧을 늘리기 위해 자체적인 감축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자바섬에서 진행한 전력 프로젝트를 통해 총 248만 톤(t)의 이산화탄소(CO2e)를 감축했으며, 일부 석탄화력발전소도 폐쇄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기존 목표(2060년)보다 10년 앞당긴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국제 탄소 시장 개방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는 국제 탄소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일본과 상호인정협정(MRA)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탄소 크레딧 시스템이 일본의 인증 기준을 충족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더욱 확보하려면 베라(Verra), 골드스탠다드(Gold Standard) 등 국제 인증기관의 추가 인증이 필요하다. 현재 인도네시아 탄소 크레딧의 평균 거래 가격(t당 3.41달러)은 글로벌 평균(6.97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신뢰도 부족이 주요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우리 기업 입장에서 인도네시아 탄소거래소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37%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위해 국제 상쇄 크레딧(Offset Credit)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면 국내 감축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둔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직접 크레딧을 구매하거나 국내외 법인 간 상쇄를 적용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탄소거래소 활성화를 위해 규제 정비와 검증 시스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활용하면서도 시장 규제 변화와 인증 체계를 면밀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