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러시아가 3개월 만에 미국으로 우라늄 수출을 재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협력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미국 원전 연료 시장과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25일 글로벌 무역 데이터 분석 기업 임폴트지니어스(ImportGenius)의 수출입 송장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Rosatom)의 원전 연료 자회사 테넥스(TENEX)가 이달 미국에 저농축 우라늄(LEU) 공급을 재개했다.
우라늄을 실은 선박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항에 도착했으며, 이후 미국 원전 연료업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와 '글로벌 핵연료 아메리카(Global Nuclear Fuel Americas)' 등에 공급됐다. 웨스팅하우스는 15톤(t), 의 우라늄을, 글로벌 핵연료 아메리카는 85t의 우라늄을 각각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푸틴 대통령 지시에 따라 농축 우라늄의 대미 수출을 일시 제한했다. 앞서 미국이 지난해 8월 러시아산 저농축 우라늄 수입 금지법을 시행한 데 대한 보복 조치였다. 이후에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특정 조건에서 미국으로의 우라늄 수출을 허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 이는 당시 트럼프 당선 후 2기 행정부 출범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집권 기간 푸틴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수출 재개는 미‧러 관계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선 계속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에는 "푸틴 대통령과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혀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 강화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도 "미국과 희토류 금속 분야에서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발언하며 화답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농축 능력의 약 44%를 차지하며, 미국이 수입하는 핵연료의 약 35%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미국의 전체 우라늄 수입 중 러시아산 비중은 12%, 농축 우라늄는 27%에 달했다. 특히 로사톰은 미국 원자력 발전소 수요의 최대 20%를 공급하는 핵심 공급망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에너지 기업 센트러스 에너지(Centrus Energy)는 "러시아 정부가 올해 말까지 유효한 법령을 통해 테넥스의 대미 저농축 우라늄 수출 일반 라이선스를 취소했으며, 이에 따라 테넥스는 수출 건별로 러시아 당국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센트러스는 이미 테넥스로부터 3건의 특별 라이선스를 확보했으나, 추가 라이선스 발급 여부는 아직까지 불확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