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북미 최대 규모 구리광산 개발사업의 법적 리스크가 해소됐다. 원주민의 항소가 기각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8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전날 애리조나주 '레졸루션 구리광산(Resolution Copper)' 개발을 막으려는 '아파치 스트롱홀드(Apache Stronghold)'의 항소를 기각했다. 아파치 스트롱홀드는 애리조나주 원주민 '산 카를로스 아파치 부족'을 지지하는 비영리 단체로, "구리광산이 부족의 종교 성지를 훼손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로 미국 산림청은 중단됐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재발행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르면 다음 달 16일부터 토지 교환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레졸루션 구리광산은 1810만 톤의 구리 매장량을 보유한 세계 최대 미개발 광산으로 꼽힌다. 세계 1·2위 광산 기업인 BHP와 리오 틴토(Rio Tinto)가 각각 45%, 55%의 지분을 갖고 공동 개발사업에 나섰다. 연간 최대 45만 톤 규모 구리를 생산해 미국 전체 수요의 25%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이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승인을 내렸다. 자원 자립과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전략에 따라, 다음 달까지 토지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본보 2025년 4월 23일 참고 [단독] 美 트럼프, 북미 최대 구리광산 개발사업 승인>
그런데 개발 예정지가 아파치 부족의 성지인 '오크 플랫'에 자리 잡고 있어 반발이 이어졌다. 개발이 이뤄질 경우, 지름 3km, 깊이 300m에 이르는 대규모 분화구가 형성돼 성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애리조나주 연방 법원이 지난 9일(현지시간) "대법원 판결 전까지 토지 이전을 일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토지 이전이 즉시 진행되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본보 2025년 5월 12일 참고 美 최대 구리광산 개발 '급제동'…법원 "토지 이전 중단" 명령>
아파치 스트롱홀드는 지난 2021년 이 프로젝트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졌지만 이번 기각으로 법적 대응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개발사업은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비 지출 법안에 포함된 토지 교환 조항에 따라 추진됐다. 해당 조항은 BHP·리오 틴토가 보유한 사유지와 오크 플랫 일대의 연방 토지를 교환하는 내용으로, 당시 의회를 통과했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지난 2021년 1월 트럼프 행정부 1기 마지막 날에 공식 발표됐으나, 같은 해 3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철회하며 사업은 중단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다시 사업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