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곤잘레스시 시민센터를 임시 사무실로 임차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시의회가 공공시설 장기 폐쇄에 대한 우려와 법률 검토 필요성을 이유로 해당 안건을 보류했다. 당국이 법률 자문과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재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현대제철의 협상 지속 여부나 대체 공간 확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곤잘레스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정기회의를 열고 팀 라일리(Tim Riley) 시장에게 현대제철과 곤잘레스 시민센터 임차 협상을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안건을 심의했다. 법률 검토와 추가 정보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 5명의 시의원이 만장일치로 보류 결정을 내렸다.
현대제철은 어센션 패리시 도널드슨빌에 전기로 일관 제철소 착공을 앞두고 곤잘레스 시민센터를 2년간 임차해 약 100명 이상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사무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향서를 시에 제출했다. 당초 제철소가 들어설 미시시피강 서쪽 지역에서 약 2만 평방피트 규모 사무 공간을 마련하려 했으나 적합한 시설을 찾지 못했다.
시민센터는 곤잘레스시 시청 맞은편 사우스 어마 대로(South Irma Blvd)에 위치해 있다. 평소 지역 주민의 행사 공간으로 사용돼 왔다. 시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공간은 하루 1200달러에 임대되고 있어 2년간 사용 시 시정부는 약 87만6000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라일리 시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 입장을 표명한 반면, 시의회는 추가 정보‧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협상 개시를 미뤘다. △시민센터가 2년간 일반 대관이 전면 중단돼 시민 편의가 침해될 가능성 △공공 자산을 민간 기업에 장기 임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 △임대료‧시설 개조 비용 등 세부 조건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58억 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자해 어센션 패리시에 연간 270만 톤(t) 규모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6년 말 착공해 2030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이번 투자는 미국 내 첫 제철소 건설이자, 원료부터 강판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갖춘 최초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 설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제철소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해 신규 고객을 확대하는 한편, 친환경 공정을 도입해 탄소저감형 전기로 생산체계를 구축한 뒤 향후 국내로 확대 적용해 탄소중립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