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STX가 회계처리 위반 혐의로 주식 거래 정지 처분을 받은 가운데 페루를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 프로젝트에는 영향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현지 정부와 기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중남미 'K-방산' 기술 확산의 전략 거점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22일 STX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페루 국방 및 관련 기관에 전달한 공식 성명서에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로 인해 STX의 방산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름을 분명히 밝힌다"며 "중남미 지역 방산 수출을 주도해 온 STX의 방산 사업은 제재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국 방산기술의 해외 확산을 위한 전략적 허브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50년간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며 한국 기술을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TX가 페루에 성명서를 별도로 배포한 것은 최근 회계 제재에 따른 현지 불안감을 사전에 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회사는 페루 주재 한국대사관 및 현지 공급망과 긴밀히 협조해 기존 및 향후 방산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증권선물위는 지난 2일 STX가 과거 자회사 STX 마린서비스의 '이라크 발전사업 관련 소송'에 따른 충당부채를 2022~2023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과징금 부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직무 정지 6개월 △검찰 통보 등의 중징계를 의결한 바 있다. STX는 곧장 해당 조치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을 예고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주요 수출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STX는 방산사업은 제재 대상이 된 회계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소송은 이미 매각된 자회사 STX 마린서비스와 관련된 것이며, 모회사인 상장사 STX의 회계 투명성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문제가 된 해외 소송은 각 1000만 달러 규모의 총 2건으로, STX 마린서비스는 당시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충당부채를 설정하지 않았다"며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는 과거 비상장 자회사의 재무제표 주석 포함 여부를 모회사 재무제표에까지 과도하게 확장 적용한 부당한 판단이며, 이미 관련 정부 기관에 이의를 제기했고 법적 대응도 착수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2014년 페루 리마에 지사를 설립한 STX는 10년 넘게 중남미 방산 시장을 개척해왔다. 현재는 현대로템과 협력해 페루 국방부에 차륜형 장갑차 K808을 공급 중이다. 지난해에는 페루 육군조병창(FAME)과 K2 전차 및 장갑차 생산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KG모빌리티와 함께 FAME 부지 내 군용 및 특수차량 조립공장을 준공하고, 무쏘 그랜드 픽업트럭과 군용 차량을 현지 생산해 페루 육·해·공군 및 경찰에 공급할 예정이다.
STX는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디지털 플랫폼과 복합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방산 기술의 해외 확산을 위한 전략적 허브 역할을 지속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또 외부의 오해를 바로잡고 한국 자본시장과 산업 역량을 보호하는 책임 또한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