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한 중동·북아프리카(MENA) 총괄법인(RHQ)를 필두로 중동 시장 맞춤형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 산업 참여와 기술 이전을 가속화하고, 방산을 넘어 에너지와 우주 분야까지 협력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10일 중동 방산 전문지 '디펜스아라비아'에 따르면 성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MENA 총괄법인 사장은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화는 중동의 신뢰받는 장기 파트너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공동 연구개발(R&D), 교육, 산업 참여 확대를 추진하며, 방산을 넘어 에너지 전환, 첨단 소재, 우주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개소한 리야드 소재 MENA 총괄법인은 전략적 활동을 조정하는 중심 허브 역할을 맡는다. RHQ는 중동을 유럽, 아시아·태평양, 북미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에 통합해 사우디와 MENA 지역이 한화의 R&D, 생산, 공급망과 직접 연결되도록 지원한다. <본보 2025년 9월 4일 참고 한화에어로, 사우디에 중동·북아프리카 법인 공식 개소…MENA 방산 '허브' 역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폴란드, 루마니아, 미국 등에서 현지화 경험을 쌓으며 단순 공급자를 넘어 장기 전략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해 왔다. 이는 중동에서도 현지 산업 참여와 기술 이전을 촉진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사우디와의 협력을 통해 현지 인력과 기술 역량을 단계적으로 강화, 장기적으로 현지 주도의 기술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성 사장은 “기술 이전은 단순히 문서 전달이 아니라, 경험 축적과 시행착오, 실무 노하우 공유를 통해 이뤄지는데, 다른 국가들이 첨단 기술 공유에 인색한 반면, 한국은 강력한 자체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한화의 목표는 사우디의 역량을 기초 단계부터 점진적으로 높이고, 최종적으로 사우디가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력과 신뢰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기술적으로 한화의 시스템은 극한의 북극 환경부터 높은 열 환경까지 시험 및 운용된다"며 "중동 환경에서도 제품이 최적화될 수 있도록 조정 가능해 사우디의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신뢰성 있게 운용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동에서 △K9 자주포 △타이곤(Tigon) 장갑차 △M-SAM·L-SAM 공중 방어 시스템 △레이더 △정밀유도탄 등 다양한 솔루션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위성 시스템, 우주발사체, 항공전자 분야 협력도 준비 중이다. 특히 PAC-3, M-SAM·L-SAM 등 다양한 시스템을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연결해 운용하는 역량을 앞세워 중동 지역 방위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리야드를 거점으로 MENA 전역으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중동의 지정학적 중심이자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와 글로벌 공급망을 연결하는 핵심 허브로, 방산 현대화와 산업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리야드를 전략적 거점으로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 사장은 "한화는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정비(MRO) 시설,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며 사우디 비전 2030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는 사우디 방산 역량 강화뿐 아니라 산업 기반 확장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