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나윤 기자]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악용돼 지급 정지된 은행 계좌가 매년 늘어나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AI 기반 탐지 시스템 고도화, 전담 부서 신설, 자회사 간 정보 실시간 공유 등 ‘사전 차단’에 방점을 찍은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등 사기 이용으로 지급 정지된 계좌는 15만82개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3만4400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NH농협은행 2만7400개, 우리은행 2만4800개, 신한은행 2만2500개, 하나은행 2만1400개, 기업은행 1만9600개 순이었다.
KB국민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체계를 전면 강화했다. 지난 8월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전담 인력을 11명에서 25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AI 학습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해 의심 거래 패턴을 조기 탐지한다. 이번 달 정부 차원의 ‘보이스피싱 AI 플랫폼’이 본격 가동되면 고객별 맞춤형 탐지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서울 본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협약을 맺고 사기의심계좌 정보 공유, 핫라인 구축, 피해금 환급, 실무자 교육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은행·카드·투자증권·생명보험 등 4개 자회사가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 발생 시 고객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자회사 간 거래 정지·문진 강화·임시 조치가 신속히 이뤄지게 된다.
하나은행은 2018년 금융권 최초로 AI 딥러닝을 적용한 이상 금융 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특히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는 보이스피싱 앱 탐지 기능이 탑재돼 원격조정 앱 등 악성 앱을 실시간 탐지하고 발견 시 즉시 거래를 차단한다. 정상 앱 설치 후 추가로 악성 앱이 깔리는 ‘분리설치형’ 수법도 식별 가능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새롭게 적용되는 FDS는 전자금융 불법 이체뿐 아니라 보이스피싱·대포통장 사고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며 “사후관리 중심에서 벗어나 사전 차단에 초점을 맞춘 종합대책으로 신종 사기 수법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보이스피싱 의심 해외계좌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경찰청과 금융보안원의 정보를 전산망에 실시간 반영해 영업점 직원이 의심 해외계좌 송금 요청 시 ‘주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고객에게 위험을 안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달 중에는 ‘금융사기예방 부서’를 신설해 21명 규모의 전담조직을 꾸리고 FDS 고도화와 AI 기반 탐지를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