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예지 기자] 한화시스템과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가 전자광학 및 적외선(EO/IR) 분야 협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 양사는 공동 개발 중인 공랭식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그리포 EK'를 앞세워 유럽 방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번 파트너십은 한국의 첨단 레이더 기술을 유럽 항공 플랫폼에 접목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레오나르도에 따르면 양사는 전날 서울에서 열린 ADEX 2025에서 항공 및 지상 플랫폼용 EO/IR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기존 파트너십을 확장하는 성격으로, 두 회사는 이미 한국 방위사업과 국제 시장을 겨냥해 항공전자 및 임무 체계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특히 양사는 한국의 주요 방산 프로그램에 탑재되는 Grifo-E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및 추적 시스템(IRST) 등 핵심 장비를 공동 개발·공급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이번 MoU는 EO/IR 분야의 첨단 센싱과 타겟팅 기술 협력을 한층 넓혀 국내외 국방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평가된다.
레오나르도와 한화시스템은 이미 AESA 레이더 분야에서 협력을 구체화했다. 지난해 7월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공랭식 AESA 레이더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공랭식 기술은 발열이 큰 레이더를 별도의 냉각장치 없이 공기만으로 냉각해 시스템을 소형·경량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협약을 통해 공동 개발된 레이더가 그리포 EK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초 공랭식 AESA 레이더 개발 경험을 토대로, 레오나르도의 유럽 내 항공기 공급망을 활용해 이탈리아 및 유럽 시장 수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ADEX 2025에서 한화시스템 부스를 통해 공개된 그리포 EK 레이더는 레오나르도의 시스템 및 알고리즘과 한화시스템의 설계 역량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경량 전투기에 최적화된 이 레이더는 신규 항공기뿐 아니라 기존 전투기의 중기 성능개량(MLU) 시장까지 겨냥하며, 국제 무기거래 규정(ITAR) 제약이 없어 수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양사는 AESA 레이더 공동 개발뿐만 아니라 KF-21 차세대 전투기에 1000개 소자급 안테나를 탑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한화시스템은 이번 ADEX 2025에서 독자 개발 중인 초저궤도 초고해상도 지구관측(VLEO UHR SAR) 위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을 뛰어넘는 15cm급 해상도로, 휴대폰 크기의 작은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어 우주사업 영역 확장의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한화시스템은 그리포 EK를 비롯해 △KF-21용 AESA 레이더 △국내 최초 공랭식 무인전투기용 AESA 레이더 등 4종의 AESA 레이더 '풀 패키지'와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화 차세대 통합 방공시스템도 함께 선보이며 미래 전장 기술 역량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