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LG이노텍, '부품'의 시대 넘는다…문혁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재편"

2026.01.11 08:24:20

문혁수 사장 승진 후 첫 메시지…'고성과 포트폴리오'로 사업 구조 재편
센서·기판·제어 축으로 전장·로봇·드론까지 적용 영역 확대
로봇·라이다·FC-BGA 성과 가시화…패키지솔루션 수익성 급개선
유리기판은 2028년 이후 양산…"이제 경쟁은 속도와 비용"

[더구루 라스베이거스(미국)=정예린 기자] "LG이노텍은 단품을 파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포함 여러 개를 복합해서 파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다."

 

LG이노텍 문혁수 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 2026'에서 사장 승진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LG이노텍의 사업 정체성을 규정했다. 고객이 정해준 하드웨어를 만들어 납품하는 부품 회사에서 벗어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 고성과 포트폴리오로 체질 전환…성과로 이어지는 사업 재편

 

문 사장은 올해를 고수익·고부가 사업 중심의 '고성과 포트폴리오(High Performance Portfolio)' 사업 구조를 본격적으로 정착시키는 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3년 12월 CEO 취임 이후 추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전략을 올해부터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판단이다.

 

그는 "올해는 차별적 가치 제공하는 솔루션을 앞세워 고수익·고부가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로 재편하는 데 드라이브를 거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사의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신규 사업 육성을 가속화해 미래 LG이노텍을 책임질 확실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의 사업 전환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기판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과 전장을 맡는 모빌리티솔루션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개선됐고, 전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로봇, 라이다, FC-BGA 등 신사업 분야 역시 지난해부터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 사장이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배경에도 이같은 성과가 작용했다.

 

LG이노텍이 설정한 기술의 무게중심은 센서, 기판, 제어다. 문 사장은 배터리에서 나온 전력을 고전압으로 올렸다가 48볼트, 12볼트로 낮추는 전원 컨버전 부품, 모터·스티어링 휠·오일 펌프 등 차량 내부의 물리적 움직임을 전기 신호로 제어하는 제어기를 핵심 영역으로 설명했다. 통신은 통신 칩이 작동하도록 모듈을 제공하는 역할에 가깝고,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기반 기술로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들은 특정 산업에 묶이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가전에서 개발된 기술은 자동차로 옮겨갔고, 다시 휴머노이드 로봇과 드론, 위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문 사장은 "지금 고객들이 새로 개발하는 제품들은 2028년,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개발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고객군을 촘촘하게 넓히고 씨를 계속 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 단품 아닌 통합 솔루션…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얹다

 

LG이노텍이 말하는 '솔루션'은 단순한 모듈 묶음이 아니다. 문 사장은 "고객이 정해준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서 벗어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고객이 쓰기 쉽도록 만들어주는 게 이노텍이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향에 맞춰 사업부 명칭도 광학솔루션, 패키지솔루션, 모빌리티솔루션으로 재편됐다. 모빌리티 역시 자동차 전장에 국한되지 않고, 움직이는 모든 영역, 이른바 피지컬 AI가 적용되는 대상 전체를 포괄한다는 구상이다.

 

LG이노텍이 올해 CES에서 개별 부품이 아닌 전체 솔루션 공급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율주행차 한 대를 기준으로 카메라·라이다·레이더를 포함한 16종의 제품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과 이들이 통합될 때 어떤 시너지가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기차 영역에서는 무선 기술을 적용해 하네스를 줄이고 차량 경량화와 공간 확보를 통해 배터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제시했다.

 

로봇 사업은 이미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다만 가정용 로봇 확산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 사장은 "로봇에 들어가는 제품에서 작지만 몇 백억 원 단위의 매출은 이미 나오고 있으며 올해 벌써 양산이 시작됐다"며 "산업용 로봇은 AI를 접목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적용돼 복합 작업까지 할 수 있도록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기판이 이익의 중심으로…패키지솔루션·유리기판에 집중

 

수익 구조의 중심축은 패키지솔루션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 사장은 "올해 힘을 가장 많이 줄 사업은 기판(패키지솔루션)"이라며 고객 확대와 캐파 증설을 예고했다. 

 

실제로 작년 3분기 기준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사업 누적 매출은 1조23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고, 누적 영업이익은 802억원으로 65% 늘었다. 전사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기판 사업이 책임졌다.

 

유리기판은 중장기 ‘위닝 테크’로 제시됐다. 문 사장은 유리기판의 기술적 과제로 대면적화와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 문제를 짚으며, 이를 해결하는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해 시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의미 있는 규모의 양산은 2028년 이후로 보고 있다. 기술 개발은 지속하되,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양산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사장은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경쟁의 국면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모든 업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는 다 알게 됐다"며 "이제부터는 누가 빠르게, 훨씬 싸게 구현하느냐의 게임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이를 위해 얼라이언스와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병행하고 있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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