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미래차 동맹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10월 깐부 회동과 올해 초 CES에서의 잇따른 만남으로 예고됐던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차세대 자율주행'과 '레벨 4 로보택시'라는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인공지능(AI) 컴퓨팅 인프라를 전격 도입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한다는 전략이다.
17일 엔비디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 2026 기조연설을 통해 현대차를 포함한 4개 신규 파트너사와의 로보택시 협업을 전격 발표했다.
젠슨 황 CEO는 "로보택시 생태계 확장을 위해 현대차, BYD, 닛산, 지리자동차 등 4개사가 새로운 파트너로 합류했다"며 "이들 기업이 매년 생산하는 1800만 대의 차량이 엔비디아의 AI 기술과 결합해 로보택시 시장의 규모를 비약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는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SDV 및 자율주행 전 영역으로 확대한다. 이번 협력을 기점으로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차량 엔지니어링 역량에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플랫폼을 결합, 레벨 2 이상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부터 레벨 4 로보택시까지 아우르는 통합 자율주행 아키텍처 구축에 속도를 낸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레퍼런스 아키텍처인 드라이브 하이퍼리온(DRIVE Hyperion)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술 내재화에 나선다. 실제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학습시키는 데이터 루프 시스템을 완성함으로써,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주행 AI 모델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개발 주역인 포티투닷(42dot)은 엔비디아와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개발을 주도했던 박민우 사장을 필두로 엔비디아의 AI 인프라를 이식하며 그룹 내 자율주행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박 사장은 현재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을 겸임하며 데이터 중심의 AI 모델 고도화를 진두지휘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미국의 전장 기술 전문 기업 앱티브(Aptiv)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 역시 차세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며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의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플랫폼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GTC 2026에서 로라 메이저 모셔널 CEO가 연사로 나서 안전 중심 AI를 발표하고, 알페쉬 파텔 현대차 전무가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자동화 기술을 소개하는 것 역시 양사의 결합이 제조와 주행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번 GTC 2026에는 한국 재계 총수와 주요 기업 경영진도 대거 참석하며 협력 확대에 나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행사장을 찾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직접 참관하며 차세대 인공지능(AI) 기술 동향을 살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역시 현장을 찾아 AI 기반 신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경영진은 ‘AI 팩토리’ 전략을 소개하는 발표 세션에 참여하며, LG디스플레이도 처음으로 GTC에 참가해 AI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