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현수 기자] “리플렉션 AI와의 데이터센터 건립 협업 프로젝트는 신세계의 미래 성장 기반에 토대가 되고 국내산업 전반의 AI 생태계 고도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새벽 시간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전해진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발언은 국내외 유통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국내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다.
신세계그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립AI센터에서 리플렉션 AI(Reflection AI)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에 250MW 전력 용량으로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아마존웹서비스가 울산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103㎿)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신세계와 리플렉션AI는 올 하반기에 합작법인(JV)을 설립을 추진한다.
이번 MOU 체결은 신세계와 리플렉션 두 기업을 넘어 한미 양국 간의 공동 AI 프로젝트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수출 프로그램’ 첫 번째 프로젝트를 정 회장이 성사시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미국 AI 기술 생태계를 우방·동맹국에 패키지로 수출하는 내용의 ‘AI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등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AI 패권 전쟁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실히 하고, 미국의 AI를 세계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반년이 지나도록 답보상태에 빠졌지만 이번에 신세계가 화답한 셈이다. 신세계는 동맹국 한국 기업이면서 대규모 자본력을 가지고 있다. AI 개발 모델은 미국의 안보 위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사용자가 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고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오픈 웨이트 모델’을 택했다. 여기에 리플렉션과 협력을 통해 AI 센터 구축에 핵심인 GPU를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하면서 프로젝트 실행 가능 조건 대부분을 충족했다.
양사 MOU 체결식에는 하워드 러트릭(Howard Lutnick) 미 상무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그는 “사업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신세계와 리플렉션이 맺은 파트너십은 한국 정부와 기업, 한국 고객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신세계 계열사들이 총동원한다. 센터 구축의 주도적인 역할은 대규모 시설 개발 역량을 갖춘 부동산 개발 사업 담당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가 맡는다. 센터 운영은 그룹 내 IT 전문기업 신세계I&C가 담당한다. 센터 설립 공사는 신세계건설이 맡아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데이터센터 부지나 투자 금액, 준공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내 유통기업이 AI 인프라 사업에 뛰어든 건 신세계가 처음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장관과 라스킨 CEO 등과 만나 AI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을 꾸준히 닦아왔다. 신세계가 유통을 벗어나 AI를 새로운 먹거리를 삼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알리바바처럼 유통 기업에서 AI 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엔비디아 투자사인 리플렉션AI와 협업해 필요한 GPU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시작으로 AI 도입을 사업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사업 전반의 재고 등 관리 효율화를 위한 ‘리테일 AI 풀 스택(Retail AI Full-Stack)’을 개발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더욱 세밀하고 빠른 배송 물류 시스템도 구축하고 미래 유통업에 최적화된 ‘이마트 2.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