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하이닉스 美 HBM 패키징 공장, 시정부와 '비밀유지' 계약

2026.04.15 09:53:38

공공기록 공개 범위 사전 설정…영업비밀 보호 위한 NDA 구조 도입
기초공사 허가 확보 후 17일 착수…인디애나 공장 시공 본궤도

[더구루=정예린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파예트시와 공공기록 공개 범위와 영업비밀 보호를 둘러싼 새로운 계약 구조를 도입했다. 대형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 과정에서 민감 정보 보호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 행정 리스크 관리와 기술 보안 확보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정부 문서 공개를 보장하는 미국의 정보공개 제도(FOIA)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비공개 지정에 대한 책임여부와 더불어 실제 운영 과정에서 기업과 행정 간 권한 배분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향후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15일 웨스트라파예트시에 따르면 시 공공사업·안전위원회(Board of Public Works and Safety)는 전날 열린 정기회의에서 SK하이닉스와의 비밀유지협약(NDA)을 안건으로 상정해 승인했다. 해당 계약은 이미 올해 초 체결된 뒤 이번 회의를 통해 공식 비준 절차를 완료, 시 행정 계약 체계 내에서 효력을 인정받게 됐다. 

 

이번 NDA는 공장 건설과 인허가 과정에서 제출되는 문서 가운데 설계도면, 보안 정보, 공정 관련 자료 등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SK하이닉스는 공개가 제한돼야 하는 자료에 ‘기밀(CONFIDENTIAL)’ 또는 ‘영업비밀(TRADE SECRET)’ 표시를 명시하고, 해당 문서는 인디애나 공공기록법(APRA)에 따른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순 비공개 요청을 넘어 법적 책임 구조까지 명확히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가 비공개로 지정한 정보와 관련해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회사가 시를 대신해 소송 대응과 비용 부담을 맡도록 규정, 공공기관의 법적 부담을 기업이 일부 분담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비공개 지정에도 일정한 제한이 걸렸다. 회사는 모든 자료를 일괄적으로 비공개 처리할 수 없으며 ‘선의(good faith)’ 기준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 문서 일부만 해당될 경우 해당 부분만 구분해 표시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와 웨스트라파예트시 간 계약은 미국 공공기록 공개 제도와 기업 영업비밀 보호 요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나온 절충안이다. 인디애나주 공공기록법은 지방정부 보유 문서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영업비밀 등 일부 항목은 예외로 인정하는데, 이번 NDA는 이러한 예외 적용 절차를 계약 형태로 구체화한 사례다.

 

다만 지방정부와 기업이 공공기록 공개 절차까지 포함해 NDA를 체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는 공공기관이 법 기준에 따라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반면, 이번 계약은 기업이 비공개 대상을 1차적으로 지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까지 부담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기존 행정 관행과 차이를 보인다.

 

이같은 구조를 두고 인디애나 공공정부연합 등 시민단체는 기업이 비공개 범위를 과도하게 넓힐 경우 시민의 알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웨스트라파예트 공장 건설은 인허가와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시 당국은 부지 내 경비시설, 펌프시설, 창고 등 14개 건물에 대한 기초공사 허가를 승인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 기초 파일링 등 관련 공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초공사 승인은 실제 구조물 건설 이전 단계인 부지 기반 조성과 콘크리트 타설 등 초기 공정을 허용하는 행정 절차다. 공장 건설이 준비 단계에서 물리적 시공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총 38억7000만 달러를 투입해 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Copyright © 2019 THE GURU. All rights reserved.




발행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81 한마루빌딩 4층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06 | 등록일 : 2018-03-06 | 발행일 : 2018-03-06 대표전화 : 02-6094-1236 | 팩스 : 02-6094-1237 | 제호 : 더구루(THE GURU) | 발행인·편집인 : 윤정남 THE GURU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THE GURU.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heaclip@thegur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