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기술 이전이 한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중동 수출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이 군사 보안과 직결된 소스코드 공개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기술 이전과 유지·보수·정비(MRO), 현지 생산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도입하려는 중동 국가들과의 입장 차이가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8일 디펜스아라비아 등 외신에 따르면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대상으로 KF-21 전투기 수출 협상을 진행하면서 기술 이전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소스코드 제공에는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스코드는 전투기 핵심 장비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명령어 집합체다. 전투기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소프트웨어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소스코드의 보안도 덩달아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 이전이 무기 수출 과정에서 하나의 관례로 자리잡았지만, 소스코드는 대체로 이전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다.
미국은 앞서 영국과 5세대 다목적 전투기 'F-35 라이트닝Ⅱ(Lightning II)'를 공동 개발하는 과정에서 소스코드 공개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영국 국방부 조달 책임자였던 폴 드레이슨(Paul Drayson)은 소프트웨어 기술 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압박했지만, 미국은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도 기술 이전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다. LIG넥스원은 사우디와 UAE에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M-SAM)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요구로 협상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더욱이 KF-21 개발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기술자가 내부 자료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은 사례가 있는 만큼 민감한 기술 이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F-21은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 사업이자 전투기 기술 자립의 토대를 마련한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2015년 미국이 4대 핵심 기술 제공을 거부하면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계기로 독자 개발이 본격화됐다. 4대 핵심 기술은 AESA(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교란장비) 통합 기술이다.
자체 개발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연구가 진행됐고 결국 국산화에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달 초도 양산 1호기를 출고하며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돌입했다. 오는 9월 1호기 전력화를 목표로 인도네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는 KF-21의 수출 잠재 수요를 최대 700대, 시장 규모를 약 70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