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화장품 제조 산업의 뿌리인 ODM(제조자개발생산) 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과거 대형 뷰티 기업들의 그늘에 가려진 조연에 머물렀던 ODM 기업들이 전 세계 뷰티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제품화하는 시장의 핵심 설계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올 1분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면서, 이들의 성적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한 7123억원, 영업이익은 9.9% 늘어난 659억원으로 추정된다. 코스맥스 역시 매출 6616억원, 영업이익 55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4%, 7.6%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양사 모두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K뷰티 수출 낙수효과를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는 신규 고객사 수주가 늘고 글로벌 다국적기업(MNC) 매출이 증가하면서 별도 매출이 컨센서스를 웃돌았을 것"이라며 "생산량 증가에 따른 효율 개선으로 수익성도 함께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스맥스의 경우 미주 법인의 수익성 개선과 동남아시아 현지 생산 물량 확대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한층 공고히 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초 제품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이 긍정적인 분위기로, 코스맥스 영업이익률은 하반기로 갈수록 오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실적 호조의 일등 공신은 단연 인디 브랜드의 글로벌 돌풍이다. 과거 K뷰티가 소수 대기업에 의존했다면, 현재는 중소 인디 브랜드들이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를 타고 북미와 유럽, 아시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자체 생산 설비가 없는 이들 브랜드는 기획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ODM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인디 브랜드의 해외 성공이 곧바로 ODM사의 가동률 상승과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된 셈이다.
글로벌 대형 브랜드들의 '러브콜' 역시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축이다. K뷰티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제품 개발과 압도적 제조 기술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글로벌 유명 럭셔리 브랜드들이 한국 ODM사를 파트너로 낙점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국내 ODM사들이 단순 제조를 넘어 글로벌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연구개발(R&D)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K뷰티 사상 최대 수출이라는 성과 뒤에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린 ODM사들의 체질 개선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1분기 실적은 한국 화장품 산업의 무게중심이 브랜드에서 제조 경쟁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2분기부터 본격화될 대외 변수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은 화장품 용기의 주원료인 플라스틱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미 일부 부자재 업체들이 단가 인상 공문을 발송하기 시작하면서, 원가 상승분을 고객사와 어떻게 분담하느냐가 향후 마진율 방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환율 기조에 따른 원재료 수입가 상승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