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 3위 기업 일본 키옥시아(Kioxia)가 10월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한 가운데 여기엔 투자자들의 강한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키옥시아의 상장 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키옥시아의 기업가치를 기존보다 절반으로 낮추도록 압박하자 베인캐피탈이 10월 IPO(기업공개) 계획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키옥시아는 당초 1조5000억 엔(약 13조5900억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5억 달러(약 6755억원)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원한 키옥시아의 기업가치는 8000억 엔(약 7조2500억원) 수준이다.
이러한 밸류에이션 격차는 지난 6년 동안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려는 베인캐피탈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진단했다.
앞서 키옥시아는 지난달 10월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메모리 칩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식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주가는 대거 폭락한 상황이었다.
키옥시아는 지난 2020년에도 상장을 추진했다가 미중 무역 마찰로 인한 업황 악화로 기존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당초 키옥시아는 올해 일본 IPO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 받았다. 키옥시아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상장 최대 규모였던 반도체 장비회사 고쿠사이의 기업 가치 4240억엔(약 3조9356억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18년 일본 도시바에서 독립한 키옥시아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의 특수목적회사가 총 5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도시바는 키옥시아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키옥시아는 낸드 메모리 시장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에 도전하기 위해 웨스턴 디지털(WDC)의 메모리 사업 통합도 논의했었다. 하지만 웨스턴 디지털 메모리 사업 합병이 회사 투자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SK하이닉스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