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국내 면세점업계가 불황 터널에 갇혔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이 나란히 감소하면서 글로벌 순위도 뒷걸음질쳤다. 국내 면세시장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인 여행객 회복이 더딘 가운데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업황마저 불투명하다. 양사는 해외 사업 확대를 통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16일 영국 면세전문매체 TR비즈니스(TRBusiness)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42억달러(약 5조7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7억3000만달러(약 6조45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전년에 비해 11.21% 줄어든 수치다.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글로벌 면세기업 순위 4위 자리는 유지했으나 3위 업체와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지난 2022년 3위 신라면세점(47억6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와의 차이는 3000만달러(약 41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의 경우 3위 프랑스 라가르데르(56억3000만달러·약 7조6880억원)와의 차이는 14억3000만달러(약 1조95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면세점 역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올린 매출은 36억6000만달러(약 4조9980억원)로 전년 대비 23.11% 감소했다. 매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글로벌 면세기업 순위는 3위에서 6위로 3계단 내려앉았다.
국내 면세시장 핵심 소비자층으로 불리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포함한 방한 중국인 여행객 규모가 코로나19 앤데믹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은 것이 양사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 조사 결과 지난해 방한 중국인 여행객 숫자는 201만9424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판데믹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 2019년(602만3021명) 33.53% 수준이다. 중국 경기 불황으로 인한 해외여행 수요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 대체적으로 1200원을 밑돌았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2022년 8월 1300원을 넘어선 이후 1350원 안팎을 오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국내 면세기업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강달러 현상이 계속되면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양사는 해외 시장 다변화를 통해 중국인 소비자 의존도를 낮추고 판매를 다각화해 실적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7월 호주 멜버른 공항점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호주 브리즈번공항 면세사업권을 다시 획득했다. 오는 2034년까지 브리즈번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권을 4년 연장했다. 오는 2028년까지 창이공항에서 화장품·향수 면세매장을 운영한다. 이어 지난 3월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면세사업권도 3년 연장했다. 오는 2027년까지 첵랍콕국제공항에서 화장품·향수·패션·액세서리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TR비즈니스는 "롯데면세점은 높은 환율, 중국인 소비자 감소 등으로 인해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매출이 감소한 것이 놀랍지는 않다"면서 "신라면세점도 글로벌 경기 침체, 강달러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글로벌 면세기업 순위 1위는 CDFG가 차지했다. 이어 △아볼타 2위 △DFS 5위 등이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하이네만 7위, 듀티프리아메리카 8위, 킹파워 인터내셔널 9위, 에어리안타 인터내셔널 10위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