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 러시아 노릴스크 니켈(Norilsk Nickel, 이하 노르니켈)이 중국 남부에 새로운 구리 제련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중국 진출은 서방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제재 속에서 타개책을 모색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노르니켈은 중국 남부 광시 지역 항구 도시인 팡청강에 대규모 구리 제련소를 세울 계획이다. 신공장은 러시아에서 운송된 정광을 가공해 연간 50만 톤(t)의 정제 구리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르니켈은 기존 나데즈다 공장을 중국 내 신설 제련소로 대체할 예정이며, 오는 2027년부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로 인한 고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산 금속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행 중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런던금속거래소(LME)는 지난 4월 러시아산 알루미늄, 구리, 니켈 신규 생산 물량 거래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노르니켈은 국제 결제와 배송 거부, 가격 인하 등 어려움에 직면했고, 지난 2022년 이후 수익이 15%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포타닌 노르니켈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부터 중국 내 파트너와 공동 프로젝트를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협력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기존 중국 제련소 사용 옵션을 검토한 뒤 신규 공장 건설로 방향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는 현재 협상 단계에 있으며 최종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노르니켈 행보는 러시아와 중국 간 원자재 부문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주요 금속 소비국으로, 이미 러시아의 최대 금속 수입국이다. 노르니켈은 서방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제재로 인한 손실을 일부 완화하고 보호받으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중국 구리 업계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팡청강에는 이미 국영 진촨 그룹이 운영하는 연간 60만t 규모 제련소가 있어 신규 공장이 추가될 경우 과잉 생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은 제련소 건설을 가속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정제 구리 점유율을 확대해왔으나, 이에 따른 과잉 공급으로 인해 업계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본보 2024년 11월 13일 참고 중국발 구리 공급 과잉에 서방 공급망 확보 비상>
실제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이 수입한 러시아산 정련 구리는 약 16만5000t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한 수치다.
한편 노르니켈은 세계 최대 정제 니켈·팔라듐 생산업체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억만장자인 블라디미르 포타닌이 소유한 자산의 핵심 기업이다. 포타닌의 투자기업 '인테르로스'가 노르니켈 지분 36%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