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HD현대중공업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 핵심 부품 수주 14년여 만에 마지막 납품을 완료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땅 위의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ITER 국제기구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 ITER 건설 현장에 진공용기 마지막 납품분인 1번 섹터를 인도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사업장에서 제조한 뒤 지난 8월 선박을 통해 운송을 시작, 3개월여 만에 프랑스에 도착했다.
이로써 HD현대중공업은 ITER 국제기구와 계약한 1·6·7·8번 4개 진공용기 섹터를 모두 납품했다. 2010년 1·6번 섹터를 공급키로 한 1차 수주를 따낸지 14년 만이다. 2016년 7·8번 섹터에 대한 추가 수주를 따냈다. 이후 2020년 6번 섹터부터 공급하기 시작했다.
ITER 진공용기는 핵융합 반응을 위해 생성된 초고온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가두고 각종 방사성 물질들을 차단하는 1차 방호벽 역할을 한다. 여기서 생성된 중성자의 열에너지가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증기가 터빈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섹터는 진공용기 본체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 1억℃ 이상의 초고온, 초고진공 상태 등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정밀 용접 기술이 필요하다. HD현대중공업은 ITER 한국사업단 등과 수많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며 제품을 완성했다.
모두 9개의 섹터로 나뉘어 만들어지는데 이 중 1·6·7·8번 4개 섹터는 HD현대중공업에서, 나머지 5개 섹터는 유럽연합(EU)에서 제작을 맡고 있다. 당초 7·8번 섹터 역시 EU 국가 컨소시엄 업체가 만들 예정이었으나 제작 일정에 차질을 빚으며 HD현대중공업이 해결사로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진공용기 섹터 외 △포트(진공용기 본체와 저온용기를 연결하는 구조물) 35개 △TF 자석구조물 9기 등 주요 핵심 설비 제작도 담당하고 있다. 총 수주 규모는 총 3억8000만 달러(약 5343억5600만원)에 달한다.
ITER은 핵융합에너지 대량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건설·운영하는 실험로다. 200MW(메가와트)급 전기 출력을 내는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HD현대중공업 외 두산에너빌리티도 기자재를 납품한다.
당초 2025년 완공 후 2040년까지 운영, 2050년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차질로 부품 납기 지연과 부품 결함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HD현대중공업도 1차 수주분(1·6번 섹터)은 2019년, 2차 수주분(7·8번)은 2020년까지 납품할 예정이었으나 계획대비 각각 1년, 4년 연기됐다. ITER 국제기구는 전체 프로젝트 일정을 8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