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HL홀딩스가 러시아 액화석유가스(LPG) 터미널 사업 지분을 처분했다. 사업 지연과 법적 분쟁의 여파다. 일찌감치 손을 뗀 현대케미칼에 이어 HL홀딩스의 이번 철수로 E1만 남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러시아연방법인등기부와 인터팍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HL홀딩스는 보스토크 LPG(Vostok LPG)의 지분 4.75%를 경영진에 넘겼다. 앞서 현대케미칼도 4.75%의 지분을 처분해 현재 보스토크 LPG 주주 중 한국 기업은 E1(8%)뿐이다.
보스토크 LPG는 연해주 LPG 터미널 사업 수행을 위해 2017년 설립됐다. 러시아 사업가인 아메르하노프 살라우디 알라우디노비치·루슬란 마르코비치 갈린스키(각 41.25%)와 E1(8%), HL홀딩스·현대케미칼(각 4.75%)이 지분을 보유했다. 당시 정부의 신북방 정책과 맞물려 연해주가 한·중·러의 물류 허브로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기업들도 투자에 나섰다.
보스토크 LPG는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인 연해주 하산 페레보즈나야만에 연간 100만 톤(t) 규모의 LPG 터미널 건설을 추진했다. 약 22만 ㎡ 부지를 확보하고 45억 루블(약 63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투자비는 60억 루블(약 830억원)로 증가했고 일정도 꼬였다. 당초 2017년 하반기 건설을 시작해 이듬해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연됐다.
보스토크 LPG는 지난 2021년 9월에야 건축 허가를 받았다. 이듬해 1월 터미널 설계와 엔지니어링 정부 조사를 마쳐 러시아 건설부 산하 전문가 검사 위원회(Glavgosexpertiza)의 최종 승인까지 획득한 후 건설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업이 늦어진 가운데 아메르하노프는 E1과 HL홀딩스, 현대케미칼을 상대로 사원제명청구소송을 걸었다. 한국 회사가 주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은행에서 최대 200억 루블(약 2700억원)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소송이 제기된 후 한국 회사들을 LPG 터미널 사업에서 배제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현대케미칼은 두 손을 들었다. 작년 6월 지분을 보스토크 LPG 경영진에 넘기고 완전히 발을 뺐다.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며 소송은 한국 기업들의 승리로 끝났으나 후폭풍은 여전하다. HL홀딩스까지 지분을 팔며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졌다. 보스토크 LPG의 지분은 경영진이 9.5%, 러시아 사업가 2명이 총 82.5%를 가져 러시아 측이 90%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