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법인(LGESWA)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라인 전환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제적으로 수주를 확보하고 2025~2026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전기차용 배터리도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제품을 갖춰 캐즘(일시적인 수요 정체)을 극복한다.
28일 폴란드 매체 WNP와 모토팩토르 등 외신에 따르면 이장하 LGESWA 법인장(전무)은 "ESS 전용 생산라인의 레이아웃을 이미 짰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할 수 있으며 유럽에서 고객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LGESWA는 초기 산업용 ESS에 집중한 후 향후 가정용으로 생산 제품을 넓힐 계획이다. 기존 장비와 인력을 활용하는 만큼 라인 전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보조금 문제를 비롯해 폴란드 당국과 합의할 쟁점들이 남아있어 시기를 확정하진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배터리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판매량은 올해 1~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7%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360만 대로 전년 대비 9% 증가하지만 성장률만 보면 작년(18%)의 절반에 그칠 전망이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약 50%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3조원을 넘긴 현지 법인 매출은 올해 265억 즈워티(약 9조2600억원)로 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유럽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7GWh에서 2030년까지 76.6GWh로 약 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인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ESS 사업의 확대 의지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ESS 공급을 위한 첫 번째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산업용이 될 것"이라며 "2025~2026년 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대해서는 "많은 경험과 30년의 기술 노하우를 갖고 있으므로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용걸 LGESWA 담당은 "저렴한 중국산 ESS를 수입하는 데 그쳐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산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수입에 의존한다며 자체적인 생산 역량을 구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세계 ESS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글로벌 ESS 리튬이온전지 출하량은 185GWh로, 전년 121GWh 대비 53%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CATL은 74GWh, BYD는 22GWh로 각각 1,2위에 올랐다. 두 기업을 포함해 상위 5위권 모두 중국 회사다.
유럽도 중국산 수입량이 상당하다. 유럽연합(EU)은 작년 9월 "강력한 조치가 없다면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한 것과 같이 중국에 2030년까지 배터리를 의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담당의 우려도 이러한 경고와 궤를 같이한다.
LGESWA는 ESS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그 일환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프랑스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Ampere)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약 39GWh를 납품한다.
이 법인장은 "그동은 프리미엄에 집중했다면 이제 보급형 차량에 대한 제품 납품을 늘리고자 전략을 마련했다"며 "LFP와 미드니켈 양극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새 프로세스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며 "올해 (신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내년 대량 생산에 주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초 발표한 중장기 전략에서 2028년 고전압 미드니켈 파우치형 제품, 건식전극 공정 활용 LFP 제품 등을 통해 차별적 우위를 공고히 한다고 발표했었다. 2030년에는 지역∙고객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토대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
한편, 비싼 전기료는 폴란드 사업 확대의 걸림돌이다. 폴란드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작년 8월 기준 MWh당 169.5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4.7센트)보다 비싸다. 이 담당은 "중국은 5~6배 저렴한 전기를 제공하므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폴란드가 선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산업을 육성하길 원한다면,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폴란드 산업단지는 약 4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폴란드 당국은) 이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며 "폴란드뿐만 아니라 EU 전체가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E-모빌리티' 부문은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