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회가 13일(현지시간) △표준필수특허(SEP) △AI 책임 규정 △전자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3개 규정을 폐기한다. (사진=EU)](http://www.theguru.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4297448306_6d2703.jpg)
[더구루=김은비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기술 특허, 인공지능(AI) 책임, 소비자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핵심 규제안을 전격 폐기한다. 빅테크 기업과 산업계의 거센 반발, 회원국 간 이견이 얽히며 ‘디지털 규제 대수술’에 나선 모습이다.
14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13일(현지시간) △표준필수특허(SEP) △AI 책임 규정 △전자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3개 규정을 폐기한다. 거대 기술기업들의 반발과 회원국 및 EU 의회 내 이견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EU 집행위는 지난 2023년 4월 SEP에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3년 4월 해당 규제안을 마련했다. 통신장비, 스마트폰, 컴퓨터, 커넥티드카 등에서 활용되는 표준 기술에 대한 특허 사용료 분쟁을 완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노키아, 에릭슨, 퀄컴 등 특허 보유 기업과 애플, 구글 등 사용 기업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노키아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글로벌 혁신 생태계와 유럽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인센티브를 지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BMW, 테슬라, 아마존 등이 참여한 '공정표준연합(FSA)'은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라이선스 체계를 기대한 혁신 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2022년 발의한 AI 책임 관련 지침도 폐기했다. 해당 규정은 AI 기술 제공자, 개발자, 사용자 등의 과실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것이 골자다. EU위원회는 “향후 새로운 규정을 재검토할 계획으로, 이번 폐기가 AI 정책 방향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전자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폐기됐다. 메타의 '왓츠앱', MS의 '스카이프' 등 화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도 통신사와 동일한 개인정보보호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난 2017년 처음 제안됐으나 쿠키 정책, 아동 포르노 차단 등 세부 사항에서 회원국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하며 장기간 표류해왔다.
EU 집행위는 "입법 기관 간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최근 입법 동향에 비춰볼 때, 해당 규정이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EU 집행위가 기술특허, AI 책임,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규제를 잇달아 철회하면서 업계 전반에 안도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며 "특히 SEP 규제 폐기로 R&D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유지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라이선스 분쟁과 같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관련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