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HD현대가 독일 지멘스·미국 엔비디아와 협력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다. 3사 간 동맹이 가시화되며 선박 설계·제조·운영 전 단계에 혁신 기술을 접목, 오는 2030년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를 구현하겠다는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선다.
롤랜드 부시 지멘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지멘스와 엔비디아가 협업해 만든 '산업 메타버스' 기술이 적용된 대표 사례로 HD현대중공업을 언급했다. 최근 개최된 지멘스 연례 주주총회에서 HD현대중공업의 선박 설계·운영에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부시 회장이 함께 공유한 영상에는 HD현대중공업이 선박을 설계하고 이를 실제와 같이 시뮬레이션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가상 3D 모델을 생성해 약 700만 개의 부품이 쓰이는 선박을 나사 하나 하나까지 360도 세밀하게 살피며 설계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마우스 클릭 한 번 만으로 선박을 물 위에 띄우거나 건조 중인 상태로 전환해 실제 환경에서의 동작을 시뮬레이션 가능하다. 가상 환경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확인하고 해결,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산업 메타버스 기술은 지멘스와 엔비디아를 통해 구현된다. 디지털 트윈을 생성·관리하는 플랫폼 '지멘스 엑셀러레이터(Xcelerator)'에 엔비디아의 실시간 3D 협업·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연동해 고객들은 양사 강점이 결합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HD현대중공업은 지멘스 엑셀러레이터에 포함된 '팀센터(Teamcenter)' 프로그램을 통해 선박 디지털 트윈을 설계하고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을 통해 시뮬레이션해 실제 환경과 거의 흡사한 시각적·물리적 테스트가 가능하다.
엑셀러레이터가 생성한 디지털 트윈은 엔비디아의 뛰어난 인공지능(AI)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 공정 데이터가 반영된 AI 시뮬레이션인 만큼 예측 정확도가 높다. HD현대는 이를 위해 엔비디아와 이미지 구현에 필요한 LNG운반선의 실측을 함께하며 174K LNG 운반선의 제원, 형상, 색상, 로고 등을 검증하는 등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엔비디아도 HD현대와의 업종을 뛰어넘은 파트너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4'에서 젠슨 황 CEO가 현대삼호중공업의 'LNG운반선 3D 모델 렌더링'을 옴니버스 플랫폼이 적용된 주요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HD현대는 지난 2022년 지멘스와 차세대 설계생산 플랫폼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작년 7월에는 양사가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만나 기술협의회를 개최하고 디지털 제조 구축 현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을 비롯해 HD현대 조선 계열사 주요 경영진들이 모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