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형수 기자]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오는 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김 사장은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개발 분야 베테랑으로 통한다.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세계 최대 규모 의약품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친화 정책에 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분석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 도약 계기를 마련하겠다"면서 해외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27일 삼성 인사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미국 명문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독성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바이오 신약개발 수석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삼성전자 종합기술연구원 생명과학 연구소 담당 임원,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본부 QE 팀장,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바이오 시밀러개발, 공정, 품질, 인허가 등 사업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시밀러 개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상반기 내 미국에 에피스클리(EPYSQLI·성분명 에쿨리주맙)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테바 파마슈티컬 인더스트리(Teva Pharmaceutical Industries)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상업화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에피스클리는 알렉시온의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치료제 솔리리스(SOLIRIS) 바이오시밀러다. 솔리리스 미국 연간 매출은 60만달러(약 7억8000만원)에 달한다.
바이오시밀러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미국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김 사장의 목표다. 지난달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Stelara)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PYZCHIVA·성분명 우스테키누맙)를 현지에 출시하며 포문을 열었다.<본보 2025년 2월 25일 참고 '14조 시장 정조준'…삼성바이오에피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피즈치바' 美 출시>
김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암젠의 골질환 치료제 프롤리아(Prolia) 바이오시밀러 오스포미브(Ospomyv)∙엑스지바(Xgeva) 바이오시밀러 엑스브릭(Xbryk) 미국 상업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이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았다.
프롤리아∙엑스지바가 미국 승인을 받으면서 현지 허가를 따낸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은 10종으로 늘어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4종, 종양질환 치료제 1종, 안과질환 치료제 2종, 희귀성 혈액 및 신장질환 치료제 1종 등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허가를 획득했다.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확대하고 연매출 2조원 고지를 넘는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난해 매출은 1조5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급증했다. 엔브렐∙휴미라∙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현지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현지 시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FDA는 18개의 품목 허가를 승인했다. 단일 연도 최다 기록이다. 또 인터체인저블(상호호환성) 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바이오시밀러 시장 활성화 및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헬스케어를 포함한 국가 재정 지출 감소 관련 주요 공약도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가용성·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시밀러를 기존 의약품을 대체할 합리적인 대안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이 정책적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높은 관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기조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의약품 분야에 25%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예고했다. 구체적 시행 시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의약품은 한미 FDA에 따라 필수품으로 분류돼 관세를 부과받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피즈치바와 에피스클리에 이어 프롤리아∙엑스지바 바이오시밀러를 적절한 시점에 미국에 출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