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은비 기자] '프라다도 베르사체를 입는다'. 이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빗대하는 말이다. 이탈리아 대표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베르사체를 인수했다. 프라다는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 모회사 케링과의 정면 승부에 나선다.
프라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베르사체 모회사인 미국 카프리 홀딩스로부터 베르사체 지분 100%를 12억5000만 유로(2조396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프라다는 고급스럽고 절제된 미니멀리즘 이미지에 화려하고 대담한 베르사체의 감성을 더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게 됐다.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프라다그룹 회장은 “베르사체와 프라다는 창의성과 장인정신, 문화적 유산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한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베르사체의 전통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프라다는 인수 자금 대부분을 부채로 조달할 계획으로, 올해 하반기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거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프라다그룹은 지난해 미우미우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의 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17% 증가한 54억 유로(약 8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베르사체를 약 21억5000만 달러(3조1000억 원)에 인수했던 카프리 홀딩스는 결국 손실을 감수하고 손절했다. 카프리 홀딩스는 지미추 역시 정리하고 마이클 코어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카프리 홀딩스의 전체 매출은 약 52억 달러(약 7조6000억원)로, 이 중 베르사체가 차지한 비중은 약 20%에 달했다.
이번 인수를 글로벌 명품 공룡 LVMH·케링에 맞선 프라다의 ‘정면 승부수’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절제미와 화려함을 아우르는 이번 인수는 MZ세대까지 겨냥한 프라다의 전략적 승부수”라며 “브랜드 통합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