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기존 주력 산업의 성장 정체를 예감한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우주·항공·방산 첨단소재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본격 육성에 나섰다. 작년 출범한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중심으로 국내외 전략 파트너십을 빠르게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최근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노스페이스 등과 협업을 진행 중이며, 해외에서는 글로벌 항공우주 기업 'GE 에어로스페이스(GE Aerospace)'와 방산용 복합소재 분야 협력을 논의하는 등 파트너십 저변을 넓히고 있다. 우주·항공·모빌리티 등 복합소재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에서 기술 기반 공급망 참여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 해양 방위 산업 전문 전시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GE 에어로스페이스 부스를 찾아 글로벌 방산용 복합소재 솔루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앞서 GE 에어로스페이스 측이 코오롱스페이스웍스의 경남 함안 공장을 방문해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확인한 데 이은 후속 만남이다. 양측은 공동 연구개발과 글로벌 국방 프로그램 대응 전략 등 중장기 협력 구상에 대해 폭넓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과의 협력 사례도 속속 쌓이고 있다. 현대차그룹과는 지난 2월 ‘전략적 미래 모빌리티 소재 사업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차세대 모빌리티에 적용할 첨단 복합소재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같은 달 코오롱스페이스웍스의 유상증자에도 참여, 총 200억원 규모로 신주 약 109만 주를 인수했다. 단순한 기술 협업을 넘어 전략적 투자 관계로까지 확장된 셈이다.
KAI와는 2005년 코오롱데크컴퍼지트 시절부터 항공기 복합소재 기술 개발을 함께해왔으며, 민간 우주기업 이노스페이스와도 장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시험발사체 '한빛-TLV'에는 코오롱의 핵심 복합소재 부품이 공급됐다. 현재 코오롱글로텍(5.83%)과 코오롱인더스트리(1.50%)를 통해 이노스페이스 지분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협업 기반의 시장 확장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 전략을 구현하는 핵심 계열사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공식 출범한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항공·방산 복합소재를 담당하던 코오롱데크컴퍼지트 △차량 경량화·방탄소재·수소탱크를 다뤄온 코오롱글로텍 △배터리 경량화 소재를 확보한 코오롱ENP의 사업부문을 통합해 탄생했다. 그룹 전략총괄을 맡았던 이 부회장이 직접 설계한 구조조정의 핵심 결과물이다.
사명인 '스페이스웍스'에는 바다, 육지, 하늘을 넘어 우주까지 다양한 공간에 적용될 수 있는 복합소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단일 소재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물성 한계를 다양한 소재 조합과 설계 기술로 해결하고, 미래형 모빌리티와 인간 거주 가능성을 확장하겠다는 비전도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