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나윤 기자] 인도네시아 말루쿠우타라 할마헤라섬이 글로벌 니켈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환경 오염과 건강 침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인니 지역매체 키에라하는 “니켈 산업 확장으로 인해 주민들이 세대 간 유산을 잃고 있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할마헤라 중부 레릴레프 사와이 마을 주민 압둘라 살레는 예전 마을에 대해 "고구마, 바나나, 코코넛을 정원에서 얻고 해안에서 물고기를 낚았다. 숲은 약초를 제공하는 무료 약국과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정원 부지가 건물로 뒤덮이고 바다는 쓰레기로 오염돼 후손들은 더 이상 깨끗한 숲, 정원, 바다에 접근할 수 없다”며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유산은 모두 멸종됐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환경 피해 환자도 크게 늘어났다. 할마헤라 보건당국에 따르면 2023~2024년 사이 호흡기 질환 환자가 1100여명 이상 증가했다. 특히 감기와 급성 호흡기 감염이 가장 많았고 일부는 폐렴으로 진행됐다.
의료진은 “아이들이 성인보다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레릴레프 주민 라키바는 “아이들이 자주 기침을 하고 집 안까지 먼지가 스며든다”며 “밖에서 놀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레릴레프 우에불렌 지역의 지하수 70개 샘플 중 절반에서 "니켈 농도가 허용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현지에서는 설사, 소화기 질환 등의 환자 증가가 보고됐다.
레릴레프 일대는 현재 인니 최대 니켈 산업단지인 인니 모로왈리 산업단지(IWIP)가 들어선 지역이다. IWIP는 중국 화유코발트, 쓰촨 리탕, 진촨 그룹 등이 합작해 설립한 초대형 산업단지로 제련소와 전구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화유코발트는 자회사 후아케 니켈 인도네시아와 후아페이 니켈 코발트 등을 통해 연간 120만 톤 규모의 니켈을 만드는 중간 재료를 생산 중이다. 이 원재료는 중국 CATL, LG에너지솔루션 등 글로벌 배터리 메이커로 공급되고 BMW,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 포드 등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에도 사용된다
이번 환경 피해 논란에 대해 산업단지 측은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따르고 있고 올해 책임광업보증 이니셔티브(IRMA) 외부 감사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환경단체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며 “지자체가 더 이상 주민의 건강을 통계 수치 아래 묻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