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LG전자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냉장고 생산라인을 연내 종료한다. 노후화된 설비로 인한 생산 효율 저하와 유럽 시장 내 수요 변화를 반영해 세탁기 중심으로 공장을 재편,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브로츠와프 공장의 냉장고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세탁기 라인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조치는 유럽 내 생산 효율을 높이고 각 생산거점의 역할을 전문화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지에서는 인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전자 폴란드 공장 노조는 냉장고 라인 축소에 따른 대규모 해고 가능성을 제기하며 “회사가 연내 냉장고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며 약 200명 안팎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가 냉장고 라인을 정리하는 것은 유럽 백색가전 시장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 강화된 에너지 효율 규제가 겹치면서 생산 효율이 낮은 라인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이에 따라 비교적 수요가 안정적인 세탁기 생산을 중심으로 공장을 재편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폴란드 공장의 냉장고 생산능력이 축소될 경우 일부 물량을 중국 태주법인 등에서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태주 공장은 LG전자의 주요 냉장고 생산 기지로, 자동화 설비를 기반으로 생산 효율이 높고 단가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라인 조정이 아니라 유럽 내 생산 전략 변화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브로츠와프 공장은 오랜 기간 LG전자의 유럽 시장 공급을 담당해온 핵심 전진기지로, 냉장고 생산 종료는 향후 지역별 생산 분담 구조 전환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생산 품목 전문화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시장별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다.
브로츠와프 공장은 2005년 설립된 LG전자의 유럽 핵심 생산기지로, 초기에는 냉장고 50만 대와 LCD TV 350만 대를 연간 생산했다. 이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7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탁기 라인을 신설하고 냉장고 생산능력을 연 140만 대로 확대했다. 당시 회사는 유럽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물류비 절감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추진했고, 이를 통해 프랑스·스페인 등 주요 시장에서 냉장고 점유율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효율적인 생산지 운영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