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진유진 기자] 137개 상 가운데 119개. 비중으로는 87%.
'큐텐 메가 뷰티 어워즈 2025'(Qoo10 MEGA BEAUTY AWARDS 2025) 무대에서 집계된 숫자는 일본 뷰티 시장에서 K-뷰티가 차지한 현재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일본 소비자 투표와 실제 판매 데이터, 전문가 평가 등이 반영된 첫 공식 어워즈에서 결과는 분명했다. 일본 시장의 선택은 K-뷰티였다.
무대 위에는 익숙한 K-뷰티 로고들이 줄지어 보였다. 시상식 명이 적힌 대형 보드 앞, 대상과 주요 부문을 수상한 브랜드 관계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섰다. 중앙에는 구자현 이베이재팬 대표와 이베이재팬 앰배서더인 일본 배우 카와구치 하루나, 시상을 맡은 일본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함께 자리했다.
지난 8일 일본 도쿄 그랜드 프린스호텔 신타카나와에서 열린 이 장면은 단순한 시상식을 넘어, 일본 뷰티 시장의 권력 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 첫 어워즈부터 압도적 결과
큐텐재팬 메가 뷰티 어워즈 2025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재팬'(eBay Japan) 온라인 오픈마켓 '큐텐재팬'(Qoo10.jp)이 처음으로 선보인 공식 뷰티 시상식이다. 첫 행사부터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대상을 포함한 종합상 '톱10'을 전부 K-브랜드가 차지했고, 전체 137개 수상 제품 가운데 119개가 K-뷰티였다.
영예의 대상은 더파운더즈 브랜드 '아누아'의 '레티놀 0.3 나이아신 리뉴잉 세럼'이 차지했다. 이 밖에도 △스킨앤랩 △퓌 △메디큐브 △롬앤 △티핏 △바이오힐보 △투쿨포스쿨 △바닐라코 등 일본 소비자에게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K-뷰티 브랜드들이 종합상과 특별상, 카테고리상을 대거 휩쓸었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자외선 케어, 바디, 헤어, 향수 등 핵심 카테고리 전반에서 한국 브랜드가 고르게 이름을 올렸다. 특정 품목에 국한된 성과가 아니라, 전 영역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의미다.
◇ 판매 데이터·61만 표·전문가 평가…"구조가 달랐다"
이번 어워즈 경쟁력은 선정 방식에서 드러난다. 단순 인기 투표가 아니라 △큐텐재팬 내 실제 판매 데이터 △일본 소비자 온라인 투표(61만 표 이상) △메가 인플루언서 등 외부 전문가 평가를 함께 반영했다. 일본 소비자의 선택과 시장에서의 실적, 업계 시선이 동시에 작동한 구조다.
구자현 대표는 "뷰티는 이베이재팬 핵심 사업으로, 지난 7년간 10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며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내부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투표, 전문가 평가를 모두 반영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도입했다"며 "앞으로 업계를 대표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키워가겠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명확했다.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된 K-뷰티라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관계자들의 인식도 달라져 있었다. K-뷰티는 끊임없이 혁신을 제시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일본 대형 뷰티 브랜드 사이에서도 제품 혁신과 고기능 성분, 합리적인 가격 등이 일본 소비자에게 높은 신뢰도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별상 1위를 받은 메디큐브 관계자는 "큐텐재팬을 통해 일본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에스트라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고객이 많은 만큼 앞으로 일본 고객과 접점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수상한 K-뷰티 브랜드들의 메시지는 공통적으로 '도입기'가 아닌 '확장 국면'을 가리켰다.
◇ 이커머스를 넘어 생태계로
이베이재팬의 전략도 분명했다. 단순 온라인 판매 채널을 넘어 K-뷰티의 일본 시장 안착을 돕는 성장 파트너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신생 브랜드를 위한 '메가데뷔', 한국에서 출발한 상품을 일본 고객에게 3~5일 내 배송하는 '칸닷슈', 51개 K-뷰티 브랜드가 총출동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메가 코스메 랜드'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K-뷰티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김재돈 이베이재팬 마케팅본부장(CMO)은 "전체 수상작의 87%가 K-뷰티라는 점은 일본 시장에서 위상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앞으로도 K-뷰티 브랜드가 일본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간혹 "K-뷰티가 일본에서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 확인한 숫자와 데이터, 소비자의 선택은 K-뷰티를 가리켰다. K-뷰티는 일본 시장에서 잠깐 유행하는 해외 브랜드가 아닌, 시장을 이끄는 주류 중 하나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