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엔비디아 중심으로 고착된 글로벌 AI 인프라 구조에 정면 도전하겠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훈련(Training)이 아닌 추론(Inference)에 집중한 가속기 전략을 앞세워 '비(比) 엔비디아(Non-Nvidia)' 진영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16일 경기도 성남 정자동 R타워에서 열린 설립 5주년 기념 미디어데이 '스케일링 글로벌리(Scaling Globally)'에서 "엔비디아와 같은 사각 링에 올라 경쟁해 맞아 죽더라도 글로벌 무대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우리 팀의 비전"이라며 "결국 경쟁을 통해 일부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리벨리온이 설정한 차별화 지점은 추론이다. 박 대표는 "엔비디아는 모든 영역을 다 잘하는 회사라면 우리는 인퍼런스에 집중해 강점을 만드는 회사"라며 "훈련과 달리 추론은 맞춤형·커스텀 솔루션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관건은 비용과 효율"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전략은 AI 워크로드 구조 변화에 대한 판단에서 출발한다. 대규모 모델 학습보다 추론 비중이 빠르게 커지면서 절대 성능보다 비용 대비 처리량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간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추론 워크로드가 늘어날수록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지’가 핵심 지표가 되고, 이 영역에서는 반도체 생태계를 갖춘 한국 기업이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실사용 레퍼런스는 리벨리온 전략의 또 다른 축이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3년 1세대 NPU(신경망처리장치) ‘아톰(ATOM)’을 양산해 대규모 AI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SK텔레콤의 '에이닷' 통화요약 서비스는 아톰 칩으로 실제 라이브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엔드 유저 서비스가 있다는 것은 글로벌 고객을 만날 때 중요한 신뢰 근거가 된다"고 부연했다.
현재 리벨리온은 2세대 NPU인 고성능 추론용 칩 '리벨쿼드(REBEL-Quad)'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주요 고객사에 리벨쿼드의 실리콘 샘플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과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리벨리온은 향후 5년을 '비엔비디아' 중심의 AI 인프라 체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5년이 기초 체력을 쌓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년은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라며 "리벨리온의 한 걸음 전진이 대한민국 빅테크의 한 걸음 전진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글로벌 AI 인프라의 핵심 플레이어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금 조달과 상장 준비도 병행한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국내 시장 상장을 우선 추진한 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자본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AI 인프라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확보 차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