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업, 전기차 다운"…기아, 美 시장서 '실속 경영'으로 선회

2026.02.17 00:00:47

1월 역대 최대 판매에도 EV6·EV9 급감…니로·카니발 등 두 자릿수 성장
보조금 종료·수요 둔화·내부 경쟁 '삼중고'…EV 혁신 이미지 관리 과제

[더구루=정현준 기자] 기아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역대 1월 기준 최고 판매 실적을 경신했지만, 전용 전기차(EV) 라인업은 뚜렷한 부진을 나타냈다. 전체 판매는 증가했음에도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기아가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으로 '실속 경영'에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브리드가 이끈 '역대급 1월'…EV에서는 감소세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미국법인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3.1% 증가한 6만4502대를 판매했다. 이는 기아의 역대 1월 판매 중 최고치다. 이번 성장의 일등 공신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포함한 RV(레저용 차량) 모델들이었다. 니로가 163.7% 급증한 3170대를 기록했으며, 카니발과 셀토스도 각각 85.8%와 60.4%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전기차는 정반대 흐름을 나타냈다. 주력 모델인 EV6는 지난달 540대 판매에 그쳐 전년 대비 65.0% 급감했다. 대형 전기 SUV인 EV9 역시 45.3% 줄어든 674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EV6는 전년 대비 40.4%, EV9은 31.6% 감소한 바 있다.

 

기아 전기차 부진 배경에는 대외적 환경 변화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미국 내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약 1085만원)를 지원하던 연방정부 세액공제(IRA) 혜택이 트럼프현지 정책 변화로 지난해 9월 말 종료되며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했다. 기아가 최대 1만달러(약 1446만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며 방어에 나섰지만,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형제 브랜드인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와의 내부 경쟁도 뼈아픈 대목이다. 동일한 E-GMP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지난달 2126대를 판매, 전년 대비 6% 감소에 그치며 EV6와의 격차를 벌렸다. 현지에선 아이오닉 5의 정통 SUV 지향적 디자인과 넓은 실내 공간이 EV6의 개성 강한 디자인보다 대중적 선호도에서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현대차가 지난해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을 출시하며 그간 EV9이 독점해 온 3열 전기 SUV 시장 수요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전동화 후퇴' 아닌 '실리적 속도 조절'…브랜드 위상은 과제

 

기아는 전기차의 빈자리를 하이브리드(HEV)로 채우는 실리적인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하이브리드 수요 급증에 발맞춰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등 인기 SUV의 생산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는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하며 전기차 생산 확대에 전념하고 있는 현대차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행보다.

 

대규모 전용 공장 투자를 단행한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기존 생산 라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비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당분간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중심의 안정적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하이브리드 쏠림 현상으로 인해 그간 쌓아온 '전기차 혁신 기업' 이미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의 최근 흐름은 시장 환경에 맞춘 전략적 속도 조절로 해석된다"면서도 "전용 전기차 브랜드 이미지와 장기 전동화 전략을 고려할 때, EV6와 EV9의 판매 반등 여부는 향후 북미 시장 경쟁력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준 기자 hyunjun@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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