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성장 기조는 유지하되, 현재는 재무 건전성과의 균형 속에서 기술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겠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이 최근 독일 바커노이슨 인수 철회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뒤로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화를 통한 '기술 초격차' 의지를 재천명했다. 그룹 차원의 자본 재배분과 맞물린 전략적 후퇴를 '질적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19일 스페인 산업 전문 매체 인테르엠프레사스(Interempresas)가 진행한 박 부회장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최근 결렬된 독일 건설기계 기업 바커노이슨(Wacker Neuson)과의 인수 협상에 대해 "논리적 관점에서 타당성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우리만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성장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이제는 단순한 기계 공급을 넘어선 혁신적 제품 패키지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밥캣의 성장 단계를 3단계로 정의하며 현재를 '혁신(Innovation)의 단계'로 선언했다. 그는 "지난 13년간 매출을 20억 달러(약 2조 9000억원)에서 60억 달러(약 8조 7000억원)로 세 배나 키우며 덩치를 키웠다면, 이제는 그 규모를 바탕으로 AI와 자율주행에 투자할 때"라며 "오는 2029년경에는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서비스가 사업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CES에서 선보인 '잡사이트 컴패니언'과 자체 배터리 팩 등을 언급하며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선 '스마트 솔루션'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유럽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박 부회장은 "유럽은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자 기술적 학습의 장"이라며 "스페인 등 성장세가 뚜렷한 지역을 중심으로 렌탈 사업을 확대하고 딜러 네트워크를 강화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 부회장의 발언 이면에는 그룹 차원의 고도화된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달 두산밥캣은 공시를 통해 1년 넘게 추진해온 바커노이슨 인수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인수 제안 이후 바커노이슨의 주가가 50% 이상 급등하며 몸값이 5조원을 상회하게 된 점이 결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두산그룹이 3조원 규모의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자금 운용의 우선순위가 조정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반도체 소재 등 그룹의 미래 포트폴리오 강화에 집중하는 한편, 밥캣은 내실 있는 '기술 혁신'과 '재무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택했다는 평가다.
이번 인터뷰는 대규모 M&A 무산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기술 중심의 질적 성장'이라는 비전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은 확보된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독일 법인 운영과 전동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몸집 불리기 대신 스마트 건설기계 시장의 '퍼스트 무버' 자리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