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CJ ENM과 미국 자회사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이 유럽 시장에서 공동 제작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완성작 판매 중심이던 기존 K-콘텐츠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 리메이크와 오리지널 공동 제작을 통해 글로벌 제작 생태계에 참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지식재산권(IP) 기반 수익 구조를 강화하고 글로벌 제작 네트워크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CJ ENM은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튜링 극장(Turing Theatre)에서 피프스시즌과 함께 '더 라이즈 오브 K-드라마 인 유럽(The Rise of K-Drama in Europe)' 쇼케이스를 공동 개최하고, 유럽 시장 공략 전략과 협업 모델을 공개했다. 행사에서는 K-드라마 IP를 현지 문화에 맞게 재해석하는 리메이크 방식과 장기 공동 제작 파이프라인 구축 방향이 소개됐다.
대표 사례로는 피프스시즌이 개발 중인 영국판 '이브(Eve)' 리메이크 프로젝트가 언급됐다. 이브는 지난 2022년 tvN에서 방영된 복수극 장르 드라마로, 치밀한 서사와 강렬한 캐릭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은 IP다. 피프스시즌은 원작 핵심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영국 시청자의 문화적 맥락에 맞춘 각색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클레어 타카미 실예달(Claire Takami Siljedahl) 피프스시즌 개발 프로듀서는 "한국 콘텐츠는 문화·정서적 맥락이 뚜렷한 경우가 많아, 현지화 과정이 작품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원작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에 맞는 창작적 해석을 더하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J ENM은 공동 제작 핵심 경쟁력으로 파트너십 기반 협업 구조를 강조했다. 다이앤 민(Diane Min) CJ ENM 유럽 세일즈 총괄은 "피프스시즌 등 현지 제작사가 시장에 맞는 창작 방향을 주도하도록 신뢰를 부여하는 동시에, 한국 원작 제작진도 주요 설정과 서사 구조 논의에 참여한다"며 "단순 판권 판매가 아닌 공동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양사 간 협업 구조는 글로벌 제작 네트워크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실예달 프로듀서는 CJ ENM LA와 CJ ENM 자회사인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Studio Dragon)이 구축한 협업 시스템에 대해 "한국, 미국, 영국 제작진 간 제작 방식 차이에도, 정보 공유와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인 공동 제작 기반이 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도 공동 제작 모델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완성작 수출이 중심이었지만, 최근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파트너가 참여하는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XO, 키티(XO, Kitty)'와 CBBC '강남 프로젝트(Gangnam Project)' 등 다문화 요소를 결합한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크로스보더 공동 제작 사업성이 입증되고 있다.
CJ ENM의 기획력과 피프스 시즌의 할리우드식 시스템이 결합한 이번 행보가 유럽 내 K-콘텐츠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현재 피프스시즌은 CJ ENM과 함께 한국에서 촬영하거나 한국적 요소를 반영한 오리지널 프로젝트도 복수로 개발 중이다. 단발성 리메이크를 넘어 공동 기획과 제작을 포함한 장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유럽과 한국을 잇는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CJ ENM은 이번 런던 발표를 기점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의 로컬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피프스시즌이라는 글로벌 스튜디오를 전초기지로 활용, 한국-미국-유럽을 잇는 콘텐츠 공급망을 구축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