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대량 수송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정학적 위기를 자국 원유 시장 점유율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원유 위성추적업체 ‘탱커트래커스(TankerTrackers)’에 따르면, 이란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하루 평균 1100만~12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시 기준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것을 감안한다면 많은 물량이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고 있어 위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없는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통과하는 물량은 더 많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최근 중동 지역 분쟁으로 사실상 폐쇄되면서 글로벌 유가 상승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란은 오히려 이 경로를 활용해 원유 수출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른바 '암흑 항해(Dark Sailings)'를 지속하면서 물동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의 지정학적 위기를 틈타 오히려 이란 산 원유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란의 이러한 움직임은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글로벌 원유 시장에 복합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이 전체 원유 공급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원유를 판 돈이 지역 내 갈등을 지속할 수 있는 자금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한 전문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무기로 서방과의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도 크다”며 “위성 데이터가 보여주는 활발한 선박 이동은 이란이 여전히 해상 물류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