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현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갈등이 악화일로다. 노사가 13차례 교섭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노조 측이 파업권 확보 절차에 들어간 상황 속, 파업으로 촉발될 업계 위기를 경고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노조가 글로벌 고객사를 겨냥해 '공급망 리스크'를 언급하는 영문 입장문까지 발표하면서, 자칫 K-바이오 전체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하 노조)은 26일 영문으로 된 공식 입장을 내고 “파업권 확보가 임박하면서 24시간 가동되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업계에 ‘구조적 공급망 위험’ 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드러난 내부 문건에 노조 탄압을 위한 부당노동행위 증거가 담겨있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핵심 인사 정책을 삼성전자 측에 보고하고 승인받는 구조 아래 운영되고 있다”며 그룹 통제를 벗어난 독립 경영을 촉구했다. 노조가 사측 실무진들과 협상에 이르더라도 삼성전자 허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기본 9.3%에 350만 원, 성과 인상율 5%를 모두 더한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 20%를 재원으로 상한 없는 성과급, 1인당 노사상생격려금 3000만 원 지급, 주요 인사 노사 공동 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사측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6% 올랐음에도 전년보다 못한 임금 인상 안건을 제시해 교섭이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노조의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주요 인사 노사 공동 결정' 요구에 대해 "경영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A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파업권은 최후의 수단인데 이번처럼 파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먼저 거론하며 압박하는 방식은 권리 행사라기보다 사실상 손실을 볼모로 한 요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생을 내세운 노조가 정작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미래 경쟁력을 협상 테이블 위 흥정 대상으로 올렸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B관계자는 노조 측의 인사권 요구를 두고 "인사는 기업 생존을 책임지는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마다 노조가 개입하겠다는 요구는 신속하면서도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치명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노조가 인사 등 경영에 개입하며 갈등을 빚는 모습이 드러날 경우 글로벌 고객사들은 공급망 안정을 우려해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라인이 멈춰 설 경우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Big Pharma)들과 맺은 대규모 수주 계약은 엄격한 납기 준수가 필수적인데, 파업으로 인한 가동 중단은 거액의 위약금은 물론 향후 수주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들은 공급망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며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일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노조는 지난 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투표는 오는 29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하며 결과에 따라 파업권이 확보되면 오는 5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