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위아가 슬로바키아 법인 설립 이후 이어온 '임대 공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체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유럽 내 자동차 부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기존보다 약 63% 늘린 생산 기지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9일 마르틴(Martin) 시청에 따르면 현대위아 슬로바키아 법인(WIA Slovakia)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마르틴 시청에서 덴마크 기반의 글로벌 제화 기업 에코(ECCO) 슬로바키아의 산업 단지를 인수하는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에코 슬로바키아가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 여파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며 매물로 나온 부지를 현대위아가 확보한 것이다. 현대위아는 올해 말까지 이곳에 새로운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공장 이전을 마무리해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생산 거점의 질적·양적 변화다. 그동안 현대위아는 슬로바키아 질리나주에서 임대 공장을 빌려 등속조인트 등을 양산해 왔다. 하지만 임대 공장의 특성상 설비 확충이나 생산 라인 증설에 한계가 있어 급증하는 현지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대위아는 이번 마르틴 공장 인수를 통해 이른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며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현대위아는 마르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기존 80만 대 규모에서 13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기존 대비 생산 능력을 62.5%나 확대하는 것이다. 자가 공장 확보에 따른 설비 효율화가 이뤄지면 핵심 부품인 등속조인트 생산량은 연간 약 260만 개에 달할 전망이다.
자체 생산 기지 확보는 유럽연합(EU)의 역내 공급망 규제 강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발의한 '산업가속화법(IAA)' 초안 등 공급망 관련 법안에 따라 현지 생산 비중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현대위아는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고용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현대위아는 현재 약 70명 수준인 인력을 올해 말까지 100명으로 늘리고, 내년 중 추가로 100명을 더 채용하는 등 생산 인원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얀 단코(Ján Danko) 마르틴 시장은 "현대위아의 진출은 마르틴시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며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도시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위아가 독자적인 생산 거점을 확보함에 따라 유럽 내 고객사 다변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슬로바키아 최장 터널인 비쇼베(Višňové) 터널이 정식 개통됨에 따라 물류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만큼, 마르틴 공장이 향후 현대위아의 유럽 시장 공략을 견인할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