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미·이란 휴전 합의에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지속되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박 통항 제한이 이어지며 유가 상승 압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최고경영자(CEO)는 SNS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지 않다”며 “접근이 제한되고 조건이 붙은 채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은 이란의 허가를 받아야 통과할 수 있으며, 이는 항행의 자유가 아닌 강압”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역시 해협 통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란 군 당국은 8일(현지시간) 국영 매체 프레스TV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하고 지능적으로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협 통행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단 4척에 그쳤다. 현재 약 230척의 유조선이 원유를 싣고 걸프만 일대에서 출항을 대기 중이다.
선박 추적 플랫폼 마린트래픽 기준 400척 이상의 유조선과 다수의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이 걸프만 외곽에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선박이 위치 신호(AIS)를 끄고 운항 중임을 고려해도 전체 물동량은 전쟁 이전 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란이 해협을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통항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물류 차질이 이어지면서 유가와 실제 공급 상황 간 괴리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협 통제가 지속될 경우 공급 지연과 시장 긴축, 가격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는 미국-이란 휴전 발표 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8일(현지시간) 휴전 발표 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약 110달러에서 97달러 안팎으로 내려왔으나, 전쟁 이전 수준인 약 70달러를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전한 통항 재개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