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수현 기자] 일상생활의 필수 금속이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알루미늄 시장이 이란 전쟁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와 주요 제련 시설에 대한 직접 타격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톤당 3600달러 선을 위협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알루미늄 가격은 전쟁 초기 급등 후 일시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생산 시설 피격 이후 다시 치솟았다.
공급 부족 우려는 실물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가격 조사 기관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항공기 및 건설 자재용 알루미늄 빌릿의 유럽 내 할증료(프리미엄)는 분쟁 발발 6주 만에 90% 이상 폭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업계 전문가들이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역대 최고치(톤당 4000달러)를 조만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특히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웃도는 백워데이션 현상은 현재 시장의 물량 부족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전했다.
이번 가격 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요 생산 기지의 가동 중단이다. 지난달 말 이란의 공격으로 아부다비의 알 타윌라와 바레인의 알바 제련소가 큰 타격을 입었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을 포함한 중동 지역은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의 약 10%를 담당하는 공급처인데,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에 즉각적인 차질이 발생했다.
알루미늄은 자동차, 항공, 가전, 식품 포장(캔·호일)은 물론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이는 핵심 소재다. 이에 따라 공급 차단은 곧 완제품 가격 상승과 생산 중단이라는 연쇄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미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중동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러시아산 알루미늄 확보를 위한 긴급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바레인 제련소가 군사 및 항공용 고순도 알루미늄 대신 일반 등급 생산으로 전환함에 따라 방위 산업 분야의 수급 불안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이란 간의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물류 마비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알루미늄 가격의 고공행진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제조업계의 원가 압박과 생산 중단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