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수현 기자] 최근 러시아산 나프타 시장이 생산 시설 드론 공격과 서방의 금융 제재라는 이중고를 맞으며 위축되고 있다. 러시아는 한때 아시아 시장의 주요 공급원이었으나, 최근 수출길이 막히며 제3국을 경유한 우회 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등 국제 나프타 공급망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3일 코트라에 따르면, 러시아의 연간 나프타 생산량은 2020년 약 2525만 톤에서 2024년 약 2133만 톤으로 4년 만에 1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주요 산유국 연합체(OPEC+) 감산 합의에 따른 원유 투입량 조절과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인한 정유시설 화재 그리고 홍수 등의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고무, 섬유 등 일상용품 전반의 기초 원료가 되어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소재다.
특히 러시아의 전략적 수출 거점인 발트해 연안 우스트-루가 복합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은 후 가동 차질을 빚으며 공급 불안이 심화했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 노바텍이 운영하는 이 시설은 연간 900만 톤 규모의 가스 콘덴세이트(초경질유·천연가스 채굴 시 부산물로 나오는 액체 탄화수소)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최근 출하가 일시 중단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센트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전체 원유 정제량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2억6230만 톤으로 집계됐다. 아직 지난해 나프타 생산량에 대한 최종 자료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앞선 정제량 감소율을 2024년 나프타 생산량에 대입해 보면 생산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정유공장 사고로 인한 가동 차질과 유가 하락, 수출 제한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이러한 감소 추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이 로스네프트와 루코일 등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에 제재를 부과하자 최대 나프타 수입국이었던 대만을 비롯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산 나프타 구매를 대폭 줄였다. 11월 기준 인도향 선적은 전월 대비 57%, 중국향은 73% 이상 급감했으며, 대만은 올해 들어 러시아 나프타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환적·저장 거점으로 향하는 나프타 물량은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직수출 대신 포트사이드, 푸자이라 등 중간 거점에서 타국 제품과 혼합하거나 재판매하는 방식의 우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내수 시장 안정과 가격 통제를 위해 휘발유를 수출 제한 대상으로 정했다. 나프타는 아직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러시아 정부의 우선순위가 수출보다 내수 공급에 맞춰져 있어 앞으로 나프타 수출 여력은 더욱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