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 기간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사업 안정화를 위해 현지 공장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중국 내 신규 투자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이 매체에 "기업들이(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있는 공장을 이용해 중국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제한을 피하기 위해 생산 초점을 덜 진보된 제품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현재로선 중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 없다"며 "SK하이닉스의 경우 칩 수요의 단기적 부진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롄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수석 연구 부사장도 뉴욕타임스를 통해 양사의 중국 신규 투자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우 부사장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대처"라고 평가했다.
미 상무부는 작년 10월 7일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18nm(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비메모리반도체(로직칩) 등의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같은 달 11일 1년간 수출 통제를 한시적으로 면제 받았었다. 오는 11일 유예 조치 기간이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무기한 유예'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기 유예 통보를 받으면 반입할 장비마다 건건이 별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수출 통제에 대한 유예를 받는다고 해서 중국 사업이 정상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 내에서의 성숙 공정용 반도체 장비 도입만 허용된다. 다만 미 상무부가 지정한 반입 가능 장비 품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정부 간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양사의 향후 사업계획을 반영하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충칭 패키징(후공정) 공장 △우시 D램 공장 △다롄 낸드 공장 등 중국 내 3곳의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다롄 2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우시 팹은 전체 D램 생산량의 40%, 다롄 팹은 낸드 생산량의 20%를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