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됐다. 약 400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지난달 3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퇴직연금 사업자 44개 중 37개사(적립금 기준 94.2%)에서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하려면 기존 상품 해지에 따른 비용과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변화로 손실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제도 시행으로 기존 상품 매도 없이 갈아타기가 가능해져 가입자 손실 부담이 최소화 됐다.
실물 이전이 가능한 상품은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 보장상품과 공모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다. 다만 실물이전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동일한 제도 내에서 이전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디폴트옵션 상품이나 퇴직연금(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에는 실물이전이 불가능하다.
보험사의 경우 대부분 실물이전 대상이 아닌 보험형 자산관리계약이 적립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은행과 증권사 간 가입자 유치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은행과 증권사들은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가입자 유치전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IRP 계좌에 가입하고 실물이전 사전 예약을 신청한 1만명에게 선착순으로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준다.
기업은행도 오는 20일까지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퇴직연금 이전을 마친 고객과 IBK투자증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매수 고객 등 2000명에게 추첨을 통해 신세계상품권 1만원을 선물한다.
NH농협은행은 영업점 또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타 기관 연금저축계좌 및 개인형IRP에서 NH농협은행 개인형IRP로 이전(실물이전 또는 계좌이체)완료한 고객 중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500명에게 스타벅스 디저트 세트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실물이전 상담을 신청하거나 실물이전을 한 고객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