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기아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EV를 놓고 유럽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사실상 단종 수순에 돌입한 반면 미국에서는 신형 모델을 선보이며 현지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11일 기아 미국판매법인(KA)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7일 2025년형 니로EV 미국 판매 가격을 발표했다. 이전 모델과 동일하게 윈드와 웨이브 2가지 트림으로 구성된 2025년형 니로EV 판매 가격은 각각 3만9600달러(한화 약 5523만 원)와 4만4600달러(약 6221만 원)로 책정됐다. 주요 안전·편의 사양을 대폭 업그레이드 했음에도 가격을 동결해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특히 2025년형 니로EV는 이전 모델에서 옵션으로 제공됐던 일부 기능이 기본 사양으로 추가했다. 모든 트림에 뒷좌석 안전벨트 프리텐셔너가 적용됐다.
트림별로 보면 윈드 트림에는 10.25인치 계기판과 다이얼 형식 기어 노브가 추가됐고, 웨이브 트림에는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R)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R)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비롯해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동승석 10-way 전동시트가 적용됐다.
기아는 2025년형 니로EV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아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는 니로EV 단종 수순에 돌입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 바로미터인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 전 지역에서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같은 소형 전기 SUV 모델인 EV3와 수요층이 겹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기아는 니로EV 후속 모델로 점치고 있는 EV3에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EV 시리즈 세대교체 흐름과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EV3는 국내 시장 기준 21년 기아 첫 E-GMP 기반 전기차 EV6와 23년 대형 전동화 플래그십 SUV인 EV9에 이은 기아의 세 번째 전용 전기차다. 기아는 EV3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해 더 많은 고객이 전기차를 접하게 함으로써 기아의 전동화 선도 브랜드 지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기아는 미국과 유럽 전기차 공략에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향후 2025년형 니로EV 미국 판매량에 따라 유럽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단종을 결정할 가능성은 남았다. 이 경우 유럽과 마찬가지로 EV3를 대체 모델로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니로EV 단종설은 연초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 EV3의 수요 간섭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니로EV 국내 판매량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와 관련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5월 열린 EV3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니로EV 단종 계획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