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르네상스] ⑨ 체코의 뚝심있는 친원전 정책 '결실'..."韓 제안 '최고', 기대가 커"

2024.11.14 10:30:09

탄소중립 위해 원전 필수…"팀코리아 최고 조건 제시"
2030년대 상반기 첫 SMR 건설

 

'원전은 기후변화의 대안인가?' 그 대답은 지난 2001년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나왔다. 결론은 '대안이 될 수 없다'였다. 23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미국과 영국, 한국 등 주요 22개국은 지난해 총회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확대하자고 합의했다. 퇴물 취급받던 원전이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부상한 오늘날, 한국은 그 중심에 있다. 한국은 지난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50년 가까이 원전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원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더구루는 한국이 주목하는 원전 도입국을 비롯해 주요국의 정부·에너지 기관·기업 등을 만나 △각국 원전 정책 △민·관 파트너십 △미래 원전 사업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한국 원전 산업의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구루=오소영·정예린(바르샤바) 기자] #1. "원전은 오랫동안 체코 국민의 큰 지지를 받았다. 정부연합과 야당 모두 새 원전을 지지한다." - 지리 홀린카(Jiri Holinka) 체코전력산업연합(CPIA) 위원

 

#2. "야당을 포함해 체코 모든 정당은 원전을 지지한다." - 라디슬라브 크리츠(Ladislav Kříž) 체코전력공사(CEZ) 대변인

 

내년 10월 총선을 앞두고 원전 정책의 향방에 대한 질문에 CEZ와 CPIA 위원이 내놓은 답이다. 체코에서 원전은 정쟁의 대상도, 국민의 여론이 갈리는 쟁점도 아니라는 뜻이다.

 

체코는 공식적으로 탈원전을 발표한 적이 없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독일과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반원전이 확산됐으나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은 달랐다. 냉전 시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절실했다. 당시 구스타우 후사크(Gustav Husák)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은 에너지 자립과 경제 성장을 위해 원전 확대를 장려했다. 구소련 설계인 'VVER-440'를 도입해 1985년 두코바니 1호기를 시작으로 1987년까지 4호기를 가동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도 원전 건설은 멈추지 않은 셈이다. 


◇"韓 제안 '최고'…'두코바니 원전' 큰 기대"  

 

 

체코의 뚝심있는 친원전 정책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체코는 테믈린 2기를 포함해 총 6기를 운영하며 전체 발전량의 약 40%를 원전에서 얻고 있다. 지난 2월 2050년 전체 전력 생산량의 최대 50%를 원전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의 '국가 에너지 구상(State Energy Concept)'을 발표한 바 있다. 

 

밀로쉬 비스트르칠(Miloš Vystrčil) 체코 상원의장은 원전을 주목하는 이유로 환경 이슈를 들었다. 비스트르칠 의장은 "수력과 풍력, 태양광과 같은 에너지원은 제한적"이라며 "현재 가장 좋은 해결책은 대용량의 안전한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츠 대변인도 "체코의 탈(脫)탄소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기반으로 한다"며 "체코는 원전 분야에서 50년 이상 경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긍정적이다. 체코 국민의 원전 지지율은 약 70%에 달한다. 체코 과학아카데미가 2022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56%를 기록했다. 

 

높은 지지 속에 체코는 원전을 확대해왔다. 지난 2022년 3월 신규 원전 입찰에 착수하고 최대 4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두코바니에 2기 설립을 확정했고, 5년 이내에 테믈린 사업 향방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의 치열한 접점 끝에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팀코리아'를 우선협상대상자로 택했다. 내년 3월까지 공식 계약을 체결해 첫 발전소를 2029년 착공, 2036년 완공한다는 목표지만 미국 웨스팅하우스·프랑스 EDF의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다. 양사는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문제 제기했다. 기각 판정이 난 후에도 EDF는 항소를 예고했다. 

 

잡음은 있으나 팀코리아에 대한 체코 내부의 신뢰는 여전히 크다. 크리츠 대변인은 "한수원은 이번 입찰에서 최상의 조건을 제시했다"며 "협상은 진행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비스트르칠 의장도 팀코리아를 택한 배경에 대해 "안전성을 포함한 모든 지표를 고려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평가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비스트르칠 의장은 지난 9월 체코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도 만난 바 있다. 그는 "두 주지사(남모라비아·비소치나 주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두코바니 원전 건설이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SMR, 2050년까지 최대 3GW 건설

 

 

체코는 대형 원전과 함께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에도 관심이 많다. 체코 산업통상부 산하 원자력상임위원회는 지난 2022년 9월 '제6차 회의'를 통해 SMR을 국가 에너지 정책의 맥락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SMR의 경제적 이점과 잠재 부지, 투자 모델 등을 담은 로드맵이 수립돼 작년 11월 승인을 획득했다. 


체코 산업통상부는 로드맵을 통해 국가 에너지 정책과 기후 계획에 SMR을 포함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2030년대 상반기 SMR 부지가 준비될 수 있도록 선정과 준비 과정을 가속화 해야 하고 △자금 조달에 있어 유럽연합(EU) 또는 유럽투자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모색하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자 인센티브 가능성도 분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체코 SMR 사업을 주도하는 곳은 CEZ다. CEZ는 테믈린에 2030년대 상반기까지 첫 SMR을 짓고, 2050년까지 최대 3GW 규모로 구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석탄화력 발전소가 있는 데트마로비체와 투시미체도 후보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 

 

크리츠 대변인은 "SMR은 체코의 에너지 믹스에 필수가 될 것"이라며 "대형 원전과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적절히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 생산 외에도 주변 도시를 위한 열원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CEZ는 첫 SMR 상용화를 위해 영국 롤스로이스를 택했다. 지분 20%를 인수하고 롤스로이스의 SMR 도입을 모색한다. 해당 발전소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한 경수로형으로 470㎿ 규모다. 

 

 

◇ 원전, 탄소중립의 '필요조건' 

 

체코를 비롯해 유럽 17개국은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원자력학회(ENS)에 따르면 지난 7월 총 14만7774㎿  규모인 약 167개 원전을 가동 중이다. 건설 단계인 원전은 같은 달 5개국에서 총 10기(1만1599㎿)로 집계됐다. 향후 계획된 원전까지 고려하면 수십 기에 달할 전망이다.


폴란드는 웨스팅하우스와 폴란드 북부 포메라니아에 6~8GW 규모의 원전 6기를, 한수원과 퐁트누프 지역에 총 5.6GW 규모 최대 4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체르나보다 원전 3·4호기를 각각 2030년·2031년 가동한다는 목표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들도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스웨덴은 작년 8월 탈원전을 폐기했다. 2035년까지 2500㎿급 대형 원전 2기를 추가, 2045년까지 1000㎿급 10기를 지을 계획이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탈원전을 표방한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는 2050년까지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11%를 원전에서 충족한다. 


유럽의 원전 확대 기조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반영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9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주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유럽원자력산업협회(Nucleareurope)는 지난달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원전 150GW가 설치되면 약 4억3000만 톤(t)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GW로 증가하면 매년 탄소배출량은 4100만 t씩, 총 5억 t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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