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엘리얀(Eliyan)'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위한 새로운 설계 상용화에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고성능 칩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역량을 인정받으며 고객사 풀을 넓혀가고 있다.
엘리얀은 20일(현지시간)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SF4X)에서 물리계층(PHY) 반도체 설계 '누링크(NuLink)'의 테이프아웃(설계를 완료해 생산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누링크 기반 칩은 내년 1분기 초기 생산돼 출시될 예정이다.
누링크는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을 지원해 업계에서 가장 낮은 전력 밀도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다이 간 연결과 다이-메모리 연결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엘리얀의 설명이다. 64비트(x64)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40Gbps의 대역폭에서 동작된다.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2024 OCP 글로벌 서밋'에서 시연한 바 있다.
엘리얀은 누링크 기술을 사용해 HBM 기반 다이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주문형반도체(ASIC) 분리 방식을 활용한 칩렛(chiplet) 기반의 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설계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누링크를 활용하면 생성형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 등을 위한 AI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 파운드리 고객들은 엘리얀의 누링크 기술을 자신들의 반도체 설계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다이 간 고속 연결이 가능한 칩렛 시스템 설계가 가능한 것이다. 특히 누링크가 UCIe 표준을 지원하기 때문에 여러 다른 회사의 칩렛 구조와 호환돼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누링크가 AI, 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칩에 특화된 만큼 관련 생태계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설립된 엘리얀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다. 칩렛 상호 연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칩렛은 여러 개의 다이들을 연결해 하나의 반도체로 만드는 패키징 방식이다. 초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반도체 업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칩렛 구조 적용시 최신 미세 공정을 적용하지 않고 칩렛을 여러 개 붙이는 방식으로 코어 수를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3월 '엘리얀'에 투자한 바 있다. 엘리얀의 6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B 라운드가 삼성카탈리스트펀드와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주도로 이뤄졌다. 시리즈B 라운드에는 SK하이닉스와 인텔캐피탈 등도 참여했다. <본보 2024년 3월 26일 참고 삼성·SK하이닉스 모두 점찍었다...美 AI 반도체 스타트업 '엘리얀'에 동시 투자>
패트릭 소하일리 엘리얀 공동 창립자는 "우리는 맞춤형 HBM4 베이스 다이를 생성형 AI와 LLM의 훈련과 추론을 위한 모든 미래 AI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으로 본다"며 "우리의 누링크 기술은 XPU와 HBM 간의 최고 성능 연결을 가능하게 하고 필요한 안정성과 확장성을 제공하기 위해 엄격한 전력 및 열 밀도 요구 사항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조상연 삼성전자 DS부문 DSA담당임원(부사장)은 "삼성전자는 미래의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되는 생성형 AI 및 HBM 칩을 위한 고급 파운드리 로직 프로세스 분야에서 인정받는 리더"라며 "엘리얀의 기술을 통해 삼성의 고객은 프로세스 기술과 메모리 제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