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로듐 가격이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요 증가와 1분기 생산 감소로 매수세가 집중된 영향이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3위 로듐 생산업체인 앵글로 아메리칸 플래티넘(Amplats)이 최근 현물 시장에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다. 이에 로듐 가격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온스당 6040달러(약 880만원)까지 상승하며 지난 2023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타이 웡 금속 트레이더는 "지난 2주간 앵글로 아메리칸 플래티넘의 매수 움직임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로듐은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에 주로 쓰이는 촉매 물질로, 최근 2년간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 속에서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남아공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앵글로 아메리칸 플래티넘의 투멜라 광산이 일시 폐쇄되면서 공급이 줄었다. 동시에 북미 자동차 제조업체와 중국 유리 제조업체의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로듐은 금보다도 비싼 희소 금속으로 유명하다. 과거 1g당 713.75달러(약 95만원)까지 치솟으며 금값의 11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리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특성상 기업 입장에서는 연간 4kg 남짓한 시제품을 생산하는 데 그쳐 매출 기여도가 미미하다. 원석에서 순수한 로듐을 추출하려면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해 비용 대비 수익성이 크지 않다. 더욱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장기적으로 로듐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컨설팅업체 메탈스 포커스(Metals Focus)의 윌마 스와츠는 "최근 가격 급등은 일시적인 공급 차질 때문"이라며 "로듐 가격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전기차 확산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남아공은 전 세계 로듐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러시아·캐나다·재활용 시장에서 공급된다. 다만 주요 생산업체들이 장기 계약을 통해 대부분의 로듐을 판매하고 있어 현물 시장에서 추가 공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